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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용 칼럼] 장마당의 경사
권희용  |  nw20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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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04  16:4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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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장마당집 최 영감네 경사소문은 월여 전쯤부터 돌기 시작했다. 시장이 생기기 전 이 동네는 도회지 외곽에 있는 장마당으로 통했다. 그때부터 장마당복판에서 두부 장사를 시작했다는 최 영감네다. 벌써 3대째 이어온 옥호(屋號)가 지금도 통한다.

그런 집에 경사가 났다니 시장사람들은 솔깃했다. 그런데 그 경사라는 게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최 영감네가 키우던 진돗개(누가 봐도 변견이지만, 최 영감 눈에는 암만 봐도 진돗개인) 멍이가 새끼 일곱 마리를 낳았다는 거다.

남산만한 배를 질질 끌고 다니던 멍이다. 그래도 두세 마리 정도 나올 줄 알았는데 일곱 마리씩이나 낳았다. 배고프던 시절에는 말대로 경사였을 터다. 세태가 변해 이제는 골칫거리가 되었다.

대개 강아지는 젖 떨어지기 바쁘게 팔려나간다. 그런데 멍이 새끼들은 딱 한 마리가 이웃동네 할매네가 가져갔다가 되돌아 왔다. 너무 먹어대고 싸댄다는 게 돌아온 이유다. 도루 일곱 마리 아니, 멍이 까지 여덟 마리가 된 것이다. 멍이네 너른 마당이 누렁이들로 가득 찰 정도로 개판을 이루고 있다.

새끼들이 젖을 먹을 때는 가관이다. 어미는 댓돌에 길게 기댄 채 눈을 껌벅이고 있다. 일곱 마리가 한 덩어리가 돼 어미뱃가죽에 달라붙어 쩝쩝대기 시작한다. 어미개의 젖꼭지가 몇 개나 되는지는 모르겠다.

낳아도 너무 많이 낳았다는 생각이 절로난다. 서둘러 어미젖을 차지하지 못한 녀석들은 젖을 빨고 있는 새끼들을 마구 밟고 다니며 대가리를 들이민다. 그러나 어림도 없는 노릇이다. 틈이 생기지 않는다.

일찌감치 젖을 차지한 녀석들은 외곽에서 어정대는 애들에게 양보해 줄 기색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 사람이나 개나 시장바닥에서는 크게 다를 게 없을 터다. 그렇긴 해도 사람에게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이란 게 있어 동물과 구분되긴 한다. 그렇게 배워왔다. 시장사람들은. 그래서 터무니없이 속여 먹거나 거짓말을 상습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아니 못한다. 도태되기 때문이다. 심하게는 보복당하거나 더불어 살지 못하고 추방당하는 것 못잖은 따돌림을 받아서다.

불과 2년6개월을 보낸 문재인정권이 흔들리고 있다. 누가 흔들어 대서 그러는 게 아니다. 도처에서 썩는 냄새가 진동해서다. 사람들은 그 발 원지가 청와대쓰레기통이라고 하지만 믿고 싶지 않다. 설마해서다.

엄동이 가까운데 썩은 내가 진동까지 하겠냐고 의문이 든다. 그런데 진짜 썩었단다. 그것도 곰국 우려먹듯 곰삭은 냄새가 온 동네에 퍼지고 있다. 꼬여들었던 똥파리들이 날씨가 싸아해지자 서너 마리씩 도망을 가고 있는 즈음이다.

턱도 없는 짓거리라고 시장사람들은 웅성웅성한다. 머잖아 가막소가 썩어질 만큼 그 휘하들의 한숨소리로 가득 찰 거란다. 시장사람들은. 그네들이 기세등등할 때는 혁명에 개혁을 찍어다 붙여 완장을 해 차고 다니듯 했다.

시장에서는 더 이상 해먹을 게 없다. 그렇게 그네들은 포식을 했다. 이상한 간판 달고 펀드놀이로 수천억 원씩 사기 처먹었다. 그 판에 굴비 엮듯 엮긴 자들이 저 높디높은 청와대 담장부터 부산시장담장까지, 이제는 중국모처에서 범죄 텔레그램 지우는 자들까지 줄줄이 사탕이다.

개혁은 장삼이사의 소관이 아니다. 부끄러움을 아는 이의 소관이다. 거짓말은 달고 사는 자의 소관이 아니다. 진심을 품고 서민과 호흡할 줄 아는 이의 준엄한 무기인 것이다.

시장을 뭉개버린 자들을 징치할 때가 무르익었다. 그리하여 서민의 배고픔과 삶의 고단함을 끌어안아줄 도량이 있는 자를 물색할 때에 이르렀다. 시장 본래의 기능을 회복할 자격을 부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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