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소설은 화자인 치가 자신이 수호하는 인간 치논소 솔로몬 올리사의 삶을 증언하며 그의 잘못을 변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치는 한 인간의 인생 여정을 함께하며 그에게 충고할 수 있으나 그의 삶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다만 타자에게 해를 끼치는 등 큰 잘못을 저질렀을 때에 증언을 통해 변호할 수 있을 뿐이다. 주인공을 변호하는 치의 절절한 변론은 엄청난 설득력을 발휘하여 독자로 하여금 인간의 삶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한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인간은 자신에게 어떠한 독을 가져올지 모르면서 선택을 하고, 우리는 그 선택에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공감하면서 연민하게 된다.

저자는 신적 존재인 치를 등장시킴과 동시에 비극적 현실 역시 잊지 않고 관찰자의 눈으로 들여다본다. 주인공의 비극은 개인적 성향이나 운명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나이지리아의 역사적 현실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연약한 한 인간의 비극적 운명을 그리면서 현실의 소수자들, 즉 마이너리티들의 비통한 노래가 메아리치는 고난의 서사를 신적인 존재의 연민 어린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 작품을 읽고 난 후 주인공의 삶에 판결을 내리는 것은 독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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