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의 25배…2011년 이후 누적 발행액수 최대

 
 

[현대경제신문 이승용 기자 ]정부의 '마이너스 통장'이라고 할 수 있는 재정증권 누적 발행액이 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재정증권 누적 발행 액수는 49조원으로 집계됐다. 재정증권은 국고금 출납 과정에서 생기는 일시적인 부족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단기(63일 또는 28일물) 유가증권으로 반드시 연내 상환해야 한다.

이는 직장인의 '마이너스 통장'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당장 자녀의 학원비를 지출해야 하는데 월급날까지 기다릴 수 없어 마이너스 통장에서 '급전'을 빌리는 것과 유사한 형태다.

정부는 올해 2월 6조원을 시작으로 3월 10조원, 4월 7조원, 5월 6조원, 6월 10조원, 7월 3조원, 8월 4조원, 9월 3조원 등 2∼9월에 매달 재정증권으로 단기 자금을 조달했다. 2∼6월에는 주로 재정 조기 집행에 필요한 자금을 융통했지만, 7∼9월 발행액 전액은 기존에 발행한 재정증권 상환에 사용했다.

올해 연간 누적 발행 액수 49조원은 관련 자료를 파악할 수 있는 2011년 이후 최대치로 기존에는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38조원이 최대였다.

정부는 대외 여건 악화와 투자·수출 부진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높아지자 올해 연초부터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해 예산 집행을 독려했다. 그 결과, 역대 최고 집행률 목표인 상반기 61.0%를 초과해 65.4%를 달성했다.

반면 올해 상반기까지 세금 수입은 오히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조원 줄었고, 예산 기준 세수 진도율도 53.0%로 0.5%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정부 씀씀이는 커졌지만 수입은 줄어들어 급전을 쓸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증권 발행으로 세목에 따라 세입 시점이 다른 분절성을 완화해 효율적으로 재정의 조기 집행을 달성하는 데 기여한 것이다"며 "올해는 하루 단위로 재정을 적극적으로 운용해서 확보한 국고운용수익금으로 일시 차입 이자비용도 모두 충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정증권 경쟁 입찰을 하면 입찰률이 300∼500%를 기록하는 등 시장에서는 여전히 단기 채권에 대한 수요가 많다"며 "내년에도 재정증권은 올해 수준으로 발행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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