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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협력사 갑질’로 판사 꾸중 들은 롯데마트·홈플러스
성현 기자  |  weirdi@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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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15  10: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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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현 산업부 차장

“얼마나 매출을 올려서 이득을 보려고 임차인들이 원하지 않는 매장 변경을 하냐”

14일 열린 홈플러스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취소청구소송 2차 변론에서 담당 재판부가 홈플러스 변호인에게 한 말이다.

공개재판에서 판사가 판결을 내리기 전부터 개인적인 의견을 이처럼 강력하게 피력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홈플러스의 ‘갑질’이 그만큼 확실하다는 얘기로 들렸다.

홈플러스는 2015년 5월부터 6월까지 구미점의 임대매장을 전면개편하면서 4개 매장의 경우 계약기간이 남아있음에도 충분한 협의나 보상 없이 기존 매장 보다 면적이 좁은 곳으로 위치를 이동시키고 인테리어 비용도 떠넘겨 공정위에 적발됐다.

이날 변론에서 재판부는 “통산 (매장 입점업체) 임대기간이 1년인데 그 기간에 (매장을) 바꿔야만 할 결정적인 사유가 생길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또 “홈플러스는 ‘매장을 개편해야 돈을 많이 벌 것’이라는 게 정당한 사유라고 하고 ‘나(홈플러스)만 돈 버냐 임차인들도 돈을 번다’ 내지는 ‘임차인을 위해서 (리뉴얼)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좀 설득력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판사가 홈플러스 변호인을 일방적으로 꾸짖는 모습이었다. 판결기일도 아니고 심지어 변론도 이날을 빼고 단 한차례 밖에 열리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다.

재판부는 재판이 이대로 흐른다면 홈플러스의 패소 가능성이 높다는 점까지 주지시켰다.

“결국 홈플러스를 위해 리뉴얼하는 것인데 정당한 사유가 무엇인지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사유를 확실하게 제시하지 못하면 법을 위반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말이었다.

산업부를 10년 간 출입하며 수백번의 재판을 참관하고 기사를 써온 본 기자의 경험에도 특정 한쪽이 판사에게 이정도로 강하게 지적을 받은 사례는 많지 않다.

그 많지 않은 사례 중 하나는 롯데마트 재판이었다. 롯데마트가 매장을 리뉴얼하고 상품 재진열을 협력사에게 떠넘겨 공정위와 맞붙은 소송이었다. 참으로 공교롭다.

이 소송에서도 재판부는 롯데마트 변호인을 나무랐다.

재판부는 “리뉴얼 여부와 비용은 유통업체가 부담하는데 상품 재진열 비용도 롯데마트가 부담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꼭 협력사 직원이 재진열을 해야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롯데마트가 리뉴얼 하자고 해서 한 것이기 때문에 재진열 비용(인건비)은 당초 부담할 필요성이 없던 것”이라고 단언했다.

재판부는 마치 이 변호인이 실제로 협력사에 갑질을 한 사람처럼 크게 꾸짖었다. 이런 상황은 10분 넘게 지속됐다. 젊은 나이의 롯데마트 변호인이 감정이 격앙돼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결국 롯데마트는 이 소송에서 전부패소했다.

슬픈 일이다.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일원으로서 그에 걸맞은 책임을 다해야 할 대기업들이 이성과 논리가 지배하는 법정에서 판사에게 꾸중까지 듣는 상황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할 대기업들이 애꿎은 변호사를 힘들게 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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