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공평성 언급, 정치적 판단 가능성도

지난 25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
지난 25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공판이 시작됐다. 항소심 대비 형량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이 부회장과 삼성은 재구속만은 피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업계 따르면 빨라야 올해 말 검찰 구형이 예상되는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 결과를 두고 벌써부터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항소심 대비 형량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나, 감경 사유도 적지 않아 집행유예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지난 25일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 모습을 드러냈다. 2018년 2월 5일 항소심 선고 이후 627일 만에 법원 출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해 1심은 징역 5년을 항소심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지난 8월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재용 부회장 항소심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삼성이 대납한 최순실 딸 정유라 승마지원 용역 대금 36억원을 뇌물로 인정하면서도 말 구입액(약 34억원)과 영재센터 지원금(16억원)을 뇌물로 보지 않았던 것과 달리, 대법원은 이 역시 뇌물이라 판단했다. 최씨 측의 뇌물 요구에 대해서도 강요에 해당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혐의액이 36억원에서 86억원으로 50억원 증액됨에 따라 형량 또한 항소심보다 높아질 수 있고 이 부회장의 재수감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다만, 이미 대법관들 사이에서 말 3마리와 지원금을 뇌물로 볼 수 없다는 이견이 나온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선 치열한 법리 다툼이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또한 재계 중심으론 삼성 측이 늘어난 뇌물 혐의액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기보다 이 부회장의 재구속만 피하는 전략을 펼칠 것이란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최근 대법원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순실 등에 대한 70억원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확정 판결 했다는 점을 근거로, 삼성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도 보고 있다.

공판에 출석한 이 부회장 역시 언론과 인터뷰에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만 말하는 등 무죄를 주장하기 보다 법원의 선처를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선 정권 차원의 정치적 판단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국내외 경제 위기론이 팽배한 상황에서 삼성의 재계 영향력을 고려, 이 부회장 재구속은 피하는 선에서 재판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추측이다.

이런 가운데 파기환송심을 담당하고 있는 정준영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첫 공판 말미 이 부회장에게 ‘51세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의 비전’에 대해 묻고 ‘경영훈수’를 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법원 차원의 ‘삼성 봐주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통해 “재판장의 발언은 재벌총수 봐주기를 위한 포석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면서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입각한 사법정의와 국민상식에 부합하는 공정한 재판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 또한 논평을 통해 “재판의 공정성 시비로 이어질 수 있는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고 비판하며 “단순 훈계를 넘어 사실상 ‘양형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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