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크던 작던 시장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탄 배와 같다. 그것도 풍우동주(風雨同舟)일터다. 그래서 돌아보면 좋은 날보다 궂은 날이 더 많아 보여 그렇다. 지지고 볶고, 울고 짜고, 밀고 당기고, 시샘과 실랑이가 뒤범벅이 되는 곳이 시장의 본모습이다.

먹고살기 위한 전쟁터 그 자체가 시장의 현주소다. 그런 사람들이 한배에 타고 있다. 그것도 바람이 불고 비가 쏟아지는 날 타고 있는 것이다. 아우성이 절로 나올게 뻔하다.

지금 우리나라 형국이 바로 그런 모습이라고 한다. 어느 점쟁이가 한 말이 아니다. 엄청나게 이름이 큰 이가 한 말도 아니다. 보통사람들 입에서 나오는 말이 그렇다. 이게 나라냐는 말이 방방곡곡에서 터져 나와 하는 말이다.

바람 불고 폭풍우 쏟아지는 날, 한 배에 여러 사람들이 동승을 했다. 사공은 슬그머니 뱃머리를 틀어 북녘으로 향할 참이다. 그가 젖는 노에 힘이 실리자 승객들이 두 패로 갈렸다. 왜? 멋대로 북쪽으로 가느냐고 대들었다.

한쪽에서는 어디로 가든 사공이 맘대로 한다는데 무슨 잔소리냐고 핏대를 세웠다. 배는 오도 가도 못하고 비바람 속에 멈춰있다. 먹을 양식도 바닥이 보이고 있다. 편히 누워 쉴 턱도 없다. 이이들을 입히고 가르칠 여유도 없다. 노인공양도 엄두가 나질 않는다. 양편으로 갈려 싸움에 온힘을 쏟느라 배가 언제 출항한다는 보장도 없다.

사공은 이따금 한마디씩 말을 뱉기는 한다. 그때마다 많은 승객들은 울분을 터뜨린다. “배는 안전하게 순항 중”이라고. 사공은 이렇게 말하는 게 버릇처럼 돼버렸다. 그래서 그의 말에 더 열불이 난다는 거다.

하여 어떤 승객은 그가 치매에 걸렸다고 한다. 또는 북쪽과 내통하는 자들과 한통속이라고 믿는다. 그는 이미 사공이라고 할 수도 없다고 선언하는 사람이 허다하다.

분명한 것은 사공이 이 지경의 단초를 제공한 원흉인 것은 맞다. 배에 탄 사란들만 그런 심정을 굳힌 게 아니다. 생판 남들인 외국인들도 그에게 손가락질한다. 멈춰선 배의 항로가 북향이라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한다. 그것이 배의 비극적 현실이란다. 먹을 게 점점 줄어들지만 보급할 기력이 말라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승객들은 2년여 노를 잡고 있는 그들의 거짓말에 불만을 키우고 있었다. 그러다 사공이 징하도록 총애하는 갑판원 한 사람에게 승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완장을 채워줬다. 승객들은 분노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비바람도 거세졌다. 하늘도 그들을 책망하기 이르렀다.

정말 경제를 이렇게 내버려 둘 것인가를 그에게 묻는다. 도대체 과학적 경제현실을 언제까지 외면만 하고 거짓으로 들러댈 것인가를 묻는다. 성장이 하향세를 치닫고 있다는 것을 저들만 모른다.

오.이.씨.디 국가 중 어중간에 있다. 일찍이 우리는 성장률 상위권에서 이탈된 적이 없던 나라다. 저들이 정권잡고 나서 중간에서 더 처질 지경에 이르렀다. 저들의 표준시각은 왼쪽이다. 그 쪽을 보면 나쁘지 않다는 거다. 오히려 기초체력이 든든해서 아무 문제가 없단다. 사공을 그렇게 보좌하는 자의 자신감이다. 거짓말이다. 본인과 사공만 모르지 국민은 다 알고 있다.

배가 기울어 간다. 한쪽으로 치우치는 게 문제만이 아니다. 바닥에 구멍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나라재정을 쏟아 부은 것이 비로소 문제를 키웠다. 인기투표로 여론은 조작이 가능하다. 그러나 경제의 골간이 보이면서 인기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어쩔 것인가. 또 거짓으로 모면하겠다는 낌새가 보여 묻는다. 배가 침몰직전에 이르면 오월동주(吳越同舟)식 한 몸이 돼 서둘러 뭉친다고는 한다. 그때 배가 북쪽으로 기항(奇航)할까 노여워하는 우려지심에서 이르는 말이다. 사공이라고 해서 승객을 마음대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로 데려가서는 아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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