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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황이리 창작우화 : 장자(莊子)와 채팅을 나누다#7. 투시안경의 최후 #8. 투명망토
황이리  |  kj.lee@fi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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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11  0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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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투시안경의 최후

   
 

믿기 어려운 얘기지만, 마침내 육안으로 옷 입은 사람의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위 ‘투시안경’이 개발되었다고 한다. ‘구글안경’과 같이 보통의 안경 테두리에 초소형 렌즈를 장착하여 눈으로 보는 장면을 그대로 전송 녹화할 수 있는 안경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투시기능을 가진 안경은 이것이 처음이다.

사람의 옷 속을 훔쳐볼 수 있는 안경은 당연히 시판용으로 허가를 받을 수가 없을 뿐 아니라 기능 자체가 이미 인권침해라는 불법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은밀히 제조 유통되었다. 시랑(豺狼)이란 자가 마침 그것을 파는 일을 했는데, 비밀 공장으로부터 하나에 3백만 원 정도로 떼어다가 부자들을 찾아다니며 팔았다고 한다. 그가 받는 돈은 하나에 1천만원, 포장만 근사하게 하면 4천만 원까지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부자들, 재벌의 자식들이나 젊은 졸부들에게 그것을 팔아서 자신도 막대한 돈을 벌었다고 자랑했다.

이 투시안경은 세계 주요공항에 X선을 이용한 보안검색대가 설치될 무렵, 음지의 기술자들에 의해 비공개리에 개발되었다. 공항 검색대와 같은 기술을 안경에 적용하여, 눈에 쓰기만 하면 앞에 있는 사람의 옷 속 몸매가 고스란히 보이도록 만든 것이었다. 공항의 X선 검색대보다 좀 더 생생하게 잘 보이는 수준의 해상도를 갖추고 있어서 젊은 부자들에게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문제는 그 후에 일어났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나지 않아 원인모를 질병에 걸린 젊은 부자들(특히 2, 3세)이 꽤나 많이 나타났다. 무엇보다 얼굴 주변 조직에서 많은 종류의 암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동안 안경을 팔던 자들은 연락처를 바꾸고 종적을 감추었다. 불법 무허가의 투시안경을 구매한 부자들만 지나가는 여인들의 알몸을 실컷 훔쳐본 댓가를 혹독하게 치룬 셈이다. 지금은 아마 이 안경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8. 투명망토

믿기 어려운 얘기가 또 하나 있다(믿지 않으셔도 된다. 나도 진실성 여부는 확인하지 못한 이야기니까). 바로 투명망토에 대한 이야기다.

신기한 것을 만들기 좋아하는 어떤 발명가가 새로운 망토를 만든 후 시장에 들고 나가 의기양양해서 외쳐댔다.

“이 망토를 둘러쓰면 당신의 몸이 보이지 않게 됩니다. 단지 망토만 보이게 되지요.”라고.

사람들이 솔깃하여 망토를 둘러쓰고 거울을 보니 정말 자기 몸은 가려지고 망토만 보이는 것이었다. 사람들마다 경탄해 마지않았다.

“신기하기도 하지. 내 몸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발명가는 망토의 이름을 ‘망토만’이라고 붙여서 대량 제작하여 팔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다투어 망토만을 사가지고 갔다. 그러나 망토만의 열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망토만을 두르고 길에 나온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아무도 그것을 신기해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에 망토만을 쓴 사람은 길을 가다 만난 친구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 망토 신기하지 않아요? 이걸 쓰면 내 몸이 보이질 않게 되거든요.”

그러자 친구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런데요?”

“신기하지 않냐구요.”

“그게 왜 신기하죠? 망토로 몸을 가렸으니 몸이 보이지 않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망토와 얼굴만 보이는군요. 나도 이런 망토가 집에 두어개는 있어요. 그런데 이거 색깔은 좀 칙칙해 보이는군요.”

그 사람은 자기가 비싼 가격으로 산 망토만이 보통의 망토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망토로 몸을 가렸을 때 망토만 보이고 몸은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그런데 나는 왜 이걸 신기하다고 생각했을까? 망토라면 당연한 일 아닌가.’

실망한 구입자들에 의해 발명가는 끝내 사기 혐의로 고소당해 재판정을 받게 되었다. 판사는 최종판결을 내렸다. “이 발명가는 망토로 몸을 가렸을 때 몸이 보이지 않게 된다고 말했는데, 그것은 당연한 일이므로 거짓이라 할 수 없다. 또 망토만 보인다고 말한 것은 자칫 착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없지 않으나, 그렇다고 해서 ‘망토 위로 머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식으로 명시적인 거짓을 말한 적도 없으므로 거짓말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결한다. 다만 기능상 보통의 망토와 다를 바가 없는 망토를 ‘망토만’이라는 현혹적인 명칭으로 광고하여 고객들에게 마치 투명망토라도 되는 양 ‘신기하다’는 인상을 주었고, 또 보통의 망토보다 현격히 높은 가격을 받아 이 망토가 더욱 신기한 물건이라는 착각을 유도하려는 적극적인 의도가 있었는지에 대하여는 검찰의 신문 내용과 더불어 심도 있게 의도를 살펴볼 필요와 다툼의 여지가 없지 않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판사는 살짝 난해한 문장으로 돌려 말하면서 발명가측 변호인을 흘깃 돌아보았다. 판사의 얼굴을 주시하고 있던 변호인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옷깃을 잠시 여미는 척 하면서 손가락 사이에 숨겨가지고 있던 다이아 반지를 슬쩍 흔들어 보였다. 큼직한 다이아장식이 어찌나 매혹적으로 반짝거리는지, 판사는 설사 피고인석에 살인범이 앉아있더라도 얼른 무죄를 선고하고 변호사와 단독 대면의 시간을 갖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는 애써 침착을 유지하면서 선고문의 뒷장을 읽어내려갔다.

“그러나 일찍이 신께서는 세상 모든 직업 중에서도 장사꾼에 한해 어느 정도의 거짓말이나 과장된 표현을 허용하셨고, 현혹적인 요소는 어떤 경우에라도 있는 법이니, 혹시 그에 속았다 하더라도 그 책임은 원고나 피고 모두에게 있다 하겠다. 그러므로 굳이 그 책임의 경중을 따져서 얻을 실익이 없다고 하겠다. 제출된 현장 녹취록도 사기죄를 입증할만한 증거로는 충분치 않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므로 피고의 사기죄는 혐의 없음으로 판결한다.”

이후로도 그 발명가는 더욱 투명망토 연구에 매진하여 마침내 진짜 투명망토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이것을 쓰면 사람의 몸이 남에게 보이지 않게 될 뿐 아니라 망토 자체도 사람 눈에 보이지 않아서 망토를 쓴 사람은 진짜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망토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 망토는 판매자의 눈에도 보이지 않아서 상업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사진을 찍어도 나오지 않고 매대에 걸어놓아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구매자들에게 물건을 보여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투명망토는 결국 사라졌다. 누가 가지고 갔을까. 지금 투명망토를 쓴 누군가가 내 옆에서 이 황당한 글을 지켜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황이리)

 

*대저 자기 스스로 보지 못하고 남이 본 것만을 본다거나 자기 스스로 얻지 못하고 남이 얻을 것만을 얻는다는 것은, 남이 본대로 보고 남이 얻은대로 얻을 뿐 스스로 얻음이 없다는 뜻이요, 남이 만족하는 것을 따라 만족하고 자기 스스로는 만족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 <장자> 8.병무(騈拇)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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