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 산업1팀장
김영 산업1팀장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한자어 진흥(振興)은 우리말로 ‘떨치고 일으키다’란 뜻이다. 무언가를 육성하고 발전시켜 나간다는 의미다.

2006년 제정된 ‘게임산업법’의 정식 명칭은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다.

해당 법률명에 진흥이란 단어가 포함된 이유 역시 당시 막 태동기 거쳐온 국내 게임산업의 기반 조성과 성장에 이 법이 도움이 되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는 IT강국으로 도약을 국가적 과제로 설정, 삼성·LG·SK 등 대기업 중심 IT부문 하드웨어 개발 및 보급에 주력했다.

소프트웨어 영역에선 게임산업 육성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 없는 게임산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의 대표 문화콘텐츠로 게임을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제반 여건도 나쁘지 않다.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수준의 IT 인프라를 이미 구축해 놓은 것은 물론, 게임산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또한 상당해 우수 인재들의 게임업계 진출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게임산업은 과거 기대처럼 성장했을까? ‘그렇지 않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시장 규모가 커지고 몇몇 대형게임사도 등장한 건 사실이지만 세계 게임시장에서 한국게임 점유율 및 게임사의 매출 규모 등을 고려하면 과거 기대치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오히려 우리가 가려했던 글로벌 게임업계 주류엔 과거 경쟁상대로도 여겨지지 않던 중국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 게임산업이 급성장하는 동안 우리가 정체한 원인에 대해선 게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시각과 함께 정부 규제 영향을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을 건전한 여가 활동의 일환으로 보기 보단 불건전하다 여겼고, 성장보다 통제하려고만 하다 보니 시장 확대불구 국내 게임사들이 성장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국내 게임산업이 앞으로도 국내 규제 틀에 갇혀 지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최근 업계에선 성인 대상 온라인 PC게임의 월 결제 한도 폐지와 함께 셧다운제·웹보드 규제 폐지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으나, 일각에선 게임산업법 개정을 통한 일반 게임물 결제한도 설정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이를 보고 있으면 게임산업법이 산업 진흥이 아닌 규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게 된다.

과거 세계를 호령하던 일본 전자업계는 시대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고 이제 와서는 자국에서나 통하는 종이호랑이 신세로 전락했다.

우리가 국내 게임산업을 잡아 둔 시간 동안 글로벌 게임시장과 중국업체들은 꾸준히 성장했고 이 같은 추세는 향후로도 계속될 것이다.

지금도 늦았지만 성장의 기회를 더 늦춰선 안 된다.

지금 우리 게임산업에 필요한 건 불확실한 우려에 근거한 규제안이 아니라 적극적인 산업 진흥책이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