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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이리 창작우화 : 장자(莊子)와 채팅을 나누다#6, 인생의 방어운전
황이리  |  kj.lee@fi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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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02  16:5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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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인생의 방어운전   

비슷비슷한 환경에서 태어나 별 차이 없는 밥을 먹고 같은 학교를 다니며 같은 공부를 했는데도 어떤 사람은 사장이 되고 어떤 사람은 파트타임 알바사원이 되어 다른 인생을 살게 되는 걸까. 똑같은 자영업자 사장으로 출발을 해도 어떤 사장은 승승장구 큰 부자가 되어 최소한 삼대가 풍족히 먹고 살 돈을 버는가 하면 어떤 사장은 사는 집 전세보증금까지 담보 잡혀 빚을 얻어 쓰고 언제나 그 조바심을 벗어날지 전전긍긍하며 살게 되는 걸까.

이런 차이를 보면 확실히 사람마다 다른 인생이 있고 다른 팔자가 있으며, 누리는 복(福)의 무게는 확연히 다른 것이 분명하다. 과연 사람에게는 팔자라는 게 있으며, 그것은 어디까지 인생을 지배하는가.

흔히 사람의 운명을 내다보기 위해 사주팔자라는 걸 사용한다. 태어난 생년월일시에 그의 일생 운명이 예고되어 있다는 명리(命理) 이론을 토대로 한다.

서양식 24시제가 들어오기 전 옛 동양 사람들은 하루를 12개의 시간으로 나누어 각 시간마다 12지의 순서에 따라 명칭을 붙였다. 자축인묘 진사오미 신유술해. 이 12지에 또 하늘의 기운을 나눈 10간을 조합하여(10간*12지) 60개의 명칭을 만들었다. 이것이 간지(干支)다. 갑자 을축 병인 정묘… 식으로 두 글자씩 조합하여 60간지(=60갑자)를 이룬다.

알다시피 동양의 책력에서는 시각뿐 아니라 연 월 일에도 이 명칭을 순서대로 붙여 부른다. 태어난 해와 월일시에 해당하는 간지의 명칭을 모으면 네 기둥(4주) 여덟 글자(8자)가 된다 하여 ‘4주8자’가 되었다. 그리고 사주팔자만을 가지고 그 각각의 기운을 헤아려 사람의 운명을 예측한다는 것이 이른바 명리(命理) 이론이다. 과연 사주팔자를 가지고 한 개인의 운명과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과학적으로까지는 모르겠지만, 수천년간 사람들 사이에서 사라지지 않고 사용되어온 것을 보면 전혀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닌 듯도 하다.

사주팔자에 사용되는 천간지지는 옛날 춘추전국시대에 발달된 주역과 음양오행 이론에 근거한 것이다. 굳이 기원을 따지자면 이는 사상적으로 도교이론과 연관이 깊다. 마침 우리의 벗인 장자에게 물어볼만한 주제가 아닌가.

 

어느 기회에 나는 장자에게 그것을 물었다.

- 사주팔자는 맞는 것입니까?

장자가 대답했다.

- 그대 생각은 어떤가?

- 어찌 보면 그럴 듯하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실제로 보면 맞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 그렇다. 맞고도 맞지 않는 것이다. 내가 한번 물어보지. 맞는 것 같다는 건 어느 때인가?

- 명리 이론을 조금 공부해보았습니다. 여러 주변사람들의 생년월일시를 대조하여 그 사람의 실제 생과 사주의 구성이 얼마나 상관성 있게 들어맞고 있는지를 검토해보았지요.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합치되는 부분이 꽤 있다고 느꼈습니다. 상세히 살핀다면 최소 60-70퍼센트까지는 맞출 수 있을 것도 같았습니다.

- 흐음 아주 엉터리 이론은 아닌가 보군. 그러면 그것으로 사람의 일생을 예측할 수 있겠던가?

- ‘얼마든지’라곤 못해도 ‘어느 정도’ 운명의 흐름은 예측할 수 있다고 봅니다.

- 계속 공부를 더 해보지 그러나.

- 한계가 있더군요.

- 한계라.

- 똑같은 생년월일시를 가진 사람이 수도 없이 많을 터인데, 사람의 팔자는 그렇다고 다 같지 않으니 말이지요.

- 그렇다면 사주팔자라는 게 엉터리라는 뜻 아니겠나.

- 성급하시군요. 같은 사주팔자를 가지고도 다른 삶이 되는 것은, 인생을 결정하는 변수가 많기 때문이죠. 인간의 삶은 사주팔자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거든요.

- 호오. 더 말해보게.

-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왕의 핏줄에서 태어나는 아이와 저 깊은 산속 어느 화전민촌에서 태어나는 아이가 있다고 칩시다. 그 아이들이 먹는 젖과 눕는 자리가 어떻게 같을 수가 있겠습니까. 자라면서 받는 교육도 다를 테고 입는 옷 먹는 음식이 다르지요. 같은 인생으로 살아갈 수가 없지요. 그러니 사주팔자만으로 운명을 설명할 수는 없다는 말이지요.

-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로군. 그렇다면 사주팔자는 어디에 쓰겠나. 현실적으로는 아무 도움이 안 되겠군.

- 그래서 사주팔자 공부를 때려치웠다는 것 아닙니까. 정확히 하려면 한 개인의 사주팔자 뿐 아니라, 그가 사는 생활환경, 지역환경, 뿐만 아니라 시대적 환경까지도 다 살펴야 한다는 문제가 있더라고요. 너무 여려워요.

- 시대적 환경?

- 시리아 난민 아이가 망명하는 아빠를 따라 바다를 건너다 빠져죽은 사건 기억나시죠?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어느 평화로운 나라에서 태어난 아이와 전쟁 중인 나라에서 태어난 아이의 삶은 다른 위험 다른 도전 앞에 놓이게 됩니다. 죽고 사는 일이 달라진다는 뜻이에요. 운명에서 죽고 삶의 조건이 다르다면 어떻게 같은 운명이 될 수 있을까요.

- 그러면 사주팔자는 아무 쓸모가 없는 거겠네.

- 아주 그렇지는 않답니다. 내 생각엔, 그것은 그 사람 개인이 지닌 성격을 나타내는 데는 상당히 유용한 것 같아요. 비유로 말씀드리죠. 사주의 특성은 불변이에요.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공장에서 출고될 때 리무진으로 나오느냐 경승용차로 나오느냐, 덤프트럭이나 승합차로 나오느냐, 이것은 불변이죠. 이게 사주 같은 것이에요. 그러나 차가 고급이라고 반드시 인생이 고급진 것도 아니고, 차가 약하다고 반드시 험하게 사는 것도 아니지요. 그 차가 주로 어떤 길을 달리는가, 어떤 나라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사람 어떤 짐을 지고 다니느냐, 이것은 가변적이에요. 또 운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도 자동차의 실제 삶은 크게 달라지지요. 그러니 사주만 믿고 나는 고급진 인생이라 오만해서도 안되고 나는 허접한 자동차야 하고 지레 좌절하지도 말아야 하죠. 조심해서 쓴다면 경승용차도 20년을 너끈히 쓸 수 있지 않나요.

‘허허’하고 장자는 웃었다.

- 듣고나니 그럴 듯하네 그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 운전자의 마음이나 운행 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겠군.

 

 

* 人之所取畏者 袵席之上 飮食之間

(인지소취외자 임석지상 음식지간)

사람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먹고 자는 일상 가운데 있다.

(<장자> 달생(達生)편)

- 임석(袵席)이란 방안에 펴놓은 보료나 이부자리 같은 것을 지칭하는 말이다. 여기서는 잠자리(성생활)나 수면습관을 은유한다. 음식 또한 일상의 식생활, 식습관을 의미한다. 사람의 안위, 즉 건강장수를 위해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바깥에서 겪는 특수한 일들보다는 일상의 의식주를 절제하며 삼가는 일임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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