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산책/ 신상웅 지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양반가의 서자로 태어나 신분의 제약과 차별을 겪었고, 그 때문에 외려 봉건주의의 인습에서 벗어나 진보적 실학을 추구했던 조선 후기의 실학자 박제가는 그의 이름이 남겨진 문제의 그림 ‘연평초령의모도’에 숨겨진 비밀 이야기를 좇아 한국과 일본, 중국을 오갔다.

이 그림에 관한 마땅한 정보가 없어 한동안 애를 끓이다 그림의 단서를 좇아 이후 십수 년간 동아시아 나라들의 국경을 넘었다.

국내 학계에서 위작이라고도 말하는 이 그림이 정말 박제가가 그린 것이 맞는가, 그 뒤에 이름 모를 조력자가 있는가, 청나라가 천하를 호령하던 때에 무슨 이유로 명나라 장수의 어린 시절을 그리는 위험을 무릅썼는가.

저자는 끊임없이 질문하는 이 그림에 대답하기 위해서, 20년을 넘게 알아왔지만 첫인상이 지워지지 않는 이 그림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작품에 영향을 주었을 장소와 사람과 사연을 따라 걸음을 옮긴다.

‘연평초령의모도’의 비밀에 관한 추리를 중심에 둔 이 책은 예술과 역사가 어우러진 인문서이자, 갑갑한 조선에 몸담았으되 더 넓은 세상을 꿈꿨던 자유인 박제가의 마음을 훑는 속 깊은 기행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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