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억대 소송 1심 판결 뒤집혀…현정은 회장, 1천700억원 배상

 
 

[현대경제신문 박준형 기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사진)과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인 쉰들러 간 7천500억원대 손해배송 소송이 2심에 와서 뒤집혔다.

26일 서울고등법원 민사14부(부장판사 남양우)는 스위스 승강기 업체 쉰들러 홀딩 아게가 현정은 회장과 한상호 전 현대엘리베이터 대표, 이영하 현대아산 대표, 김현겸 전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장 등 4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현 회장은 1천700억원을 지급하게 됐다.

이날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변경하고, 대신증권 파생상품 체결로 인한 소송과 피고들의 현대종합연수원 취득 및 유상증자 참여로 인한 청구부분은 모두 각하한다”며 “피고 현정은 회장은 1천700억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고, 한상호 전 현대엘리베이터 대표는 현 회장과 1천700억원 중 190억원을 공동해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영하 현대아산 대표, 김현겸 전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장에 대한 소송은 기각됐다.

이 소송은 현대중공업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현대그룹이 현대엘리베이터 계열사인 현대상선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금융사 5곳에 우호지분 매입을 대가로 연 5.4%~7.5%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파생상품계약을 맺으면서 시작됐다.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쉰들러는 이 계약을 문제 삼고 주주대표소송을 냈다. 파생상품계약으로 현대엘리베이터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710억원의 거래손실과 4천291억원의 평가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회사의 이사(현 회장 외 3인)가 정관이나 임무를 위반해 손실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1심에선 현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수원지법 여주지원 민사1부는 “파생상품계약이 없을 경우 현대상선의 경영권이 현대중공업그룹에 넘어가게 되고 그로 인해 현대엘리베이터가 속한 현대그룹이 분할될 위험이 있었다”며 “주식매수 부담 등 경제적·법적 여건 등을 고려할 때 파생상품계약은 효과적으로 목적(경영권 방어)을 달성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었다”고 판시했다.

쉰들러의 항소로 개시된 2심 재판에서는 양측이 법적 다툼을 합의로 마무리 짓기 위해 3차례 걸쳐 조정을 했지만 지난해 12월 결국 조정이 결렬, 법정 판결로 가게 됐다.

업계에선 1심과 달리 2심 재판부가 현정은 회장 등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점을 일부 인정, 향후 재판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워졌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한편 현 회장의 상고여부에 대해 피고(현 회장) 측 관계자는 “아직 법원의 판결문이 송달되기 전 이라 판결에 대한 법무팀의 검토가 진행되지 않았다”며 “판결문이 송달 되고 나면 검토 이후 상고를 진행하거나 법적 대응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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