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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용 칼럼] 시장의 겨울
권희용  |  nw20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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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14  09:2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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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지방 K시의 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 J시장은 물류를 공부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곳으로 꼽힌다. 흥망성세가 획을 긋듯 뚜렷해서 그렇다.

지역세도가의 땅이 바탕에 되어 시장으로 발전했다. 밭과 논이 자리 잡은 중간쯤에 사람들이 오가는 저자거리 비슷한 곳도 그의 토지였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가끔씩 옹기종기 모여앉아 전을 벌였다. 그들의 대부분은 세도가의 땅을 경작하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다가 일제말기 무슨 법에 의해 정식시장으로 허가를 받으면서 K시의 첫 번째 공공시장이 된 것이다.

해방 무렵에는 시장의 규모가 배로 늘어났다. 유동인구도 중부산간지역 최대로 꼽혔다. 물동량도 상당한 규모로 성장했다. 시장부지뿐 아니라 소유한 점포도 꽤 되는 것으로 알려진 사장은 세도가의 넷째 아들이었다.

그렇게 20여년이 흘러 80년도 초에 이르러 시장의 주인은 원 소유자의 세 째 부인이 데리고 들어온 아들로 되어 있었다. 그것도 건축자재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 하나가 전부였다. 시장에서 장사하는 점포 주인에 불과할 정도로 권리가 보잘 것 없었다.

사장회의라도 열리면 의장단 가운데 앉기는 해도 권한은 변변치 않았다. 전 사장의 떨거지쯤이라는 위세에 지나지 않았다. 여느 사장들도 그 이상의 대접을 하지 않았으니까. 그 역시 위세를 떨지도 않았다. 어쩌면 그도 그럴 처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러는 새에 이 시장도 급변하는 세태에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 대형 마트들이 걷잡을 수 없이 들어왔다. 기존의 점포들을 순식간에 먹어치우듯 했다. 이제는 J시장이라는 고유명사도 사라지다시피 했다. ‘K시 J시장 모 마트’가 주소이던 것에서 이제는 그냥 ‘모 마트’라면 통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길이 나면 마을이 생기고, 마을이 생기면 나라가 세워진다던 말이 새롭다. 프레임이라는 말이 흔해진다 싶더니 정치적, 공작적인 상황에 쓰이는 전문용어로 날리고 있다. ‘틀’이라는 우리말로 여기지만 요즘은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상징을 조작하는 자가 임의적으로 이미지를 강제하는 짓거리 그 전체를 의미한다. 암묵적인 뒤집어씌우기가 내포되어 있다.

이웃나라, 그것도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어쩌면 미국보다 더 빠삭하게 알고 지내던 나라다. 36년간의 구원도 어지하게 아물어갔다고 여기던 나라다.

그런 나라가 어느 아침 거의 별안간 원수의 나라로 급변하고 있다. 긴말이 필요도 없다. 프레임이라는 허깨비가 만들어낸 음습한 공작의 결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람들은 잘 안다. 특히 그쪽 사람들은 너무나도 속속들이 잘 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잇속에 빠져 이웃을 이용해 먹고 있음도 안다. 검은 속이 너무 밉살스럽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시장은 어쩌면 빼앗기고 빼앗을 수 있는 대상일 것이다. 공명정대라는 원칙 하에서 그렇다. 그런데 작금의 한일관계는 낯 뜨겁고 부끄럽기 그지없단다. 도대체 어쩌자고 생떼를 부려 구걸질을 하는 거냐고 삿대질을 해댄다. 돌아가신 조상님들이 뭐하자는 짓이냐는 일갈이다.

나라 말아먹고 정권욕 배불리자는 속셈이 이것인지를 국민은 안다. 그렇게 해서 명 늘려봤자 맘 편하게 장수할지는 하늘은 안다. 그 결말이 어떤 사태를 불러올 것이라는 걸 국민은 잘 안다.

잘 아는 것을 그들만 모른다. 그것이 역사를 잘못배운 이들의 비극이란 것도 그들만 모른다. 그래서 삼복더위 속 시장은 겨울이다. 장사가 될 턱이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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