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시장사람들에게 믿기지 않는 소문이 은연중에 퍼지기 시작했다. 당대는 물론 3, 4대씩 상점을 이어받아 시장에서 가게를 이어오던 노포들이 즐비한 시장에 불안이 스며든 것이다.

시장안의 큰손으로 꼽혀온 P사장이 증조부 때부터 이어온 시장을 정리한다는 소문인 것이다. 조선조말 청국을 드나들면서 쟁여놓았던 땅덩어리가 시장으로 변하면서 대대로 그 덕을 보고 있는 집안사람이 P사장이다.

근동에서 그의 집안 땅 밟지 않고 한발 짝도 움직일 수 없다는 소문이 오래전부터 번져있었다. 그랬던 그가 시장을 팔아버리고 거기다가 아파트단지를 지을 거라는 소문이 연기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시장사람들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턱도 없는 소리라고 아예 무시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가하면 반신반의하는 패들도 있다. 개중에는 일찌감치 맥이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축들도 있다. 각양각색이다.

아무리 그래도 몇 십 년을 벌어먹고 살아온 터전인데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느냐고 비분강개하는 이들이 ‘뭉쳐야 산다!’ 면서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 통에 시중 어느 시장 보다 장사가 안정적으로 잘된다는 입소문이 났던 곳이 썰렁해 졌다.

어느 해부터는 관광시장으로 지정되기까지 했었다. 그런 게 모두 아무소용이 없게 된 것이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그렇다. 확 밀어버리고 새 아파트단지를 짓겠다는데 장사 잘되고 못되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말이다. P사장 맘먹기 마련인 듯싶다.

정말 그럴까? 결코 그의 맘대로 잘나가는 시장사람들을 쫒아내고, 시장 통을 갈아엎고 아파트단지를 만든다는 게 결코 쉽게 될 턱이 없다는 것이다. 싸우겠다는 사람들이 거의 날마다 뜻을 같이하는 이들의 가게를 돌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그러니 시장 통이 예전만 못하다는 걸 가게 주인들이 더 잘 안다. 매상이 줄어들었다. 흥이 잦아든 지 여러 날이란다. 초저녁에 문 닫아걸고 인근 국밥집에 들러 앉는 예가 눈에 띄게 늘었다.

그들 간에는 “예의주시하고 있다가 P사장휘하의 무슨 위원회임원이라는 자들과 한바탕 전쟁을 선포하자.”는 말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경제지 등에도 깔린 적이 있었을 정도니까.

하긴, 나라도 그렇게 망한다. 천년만년 버틸 것 같았던 나라도 이상한 정신을 품은, 지도자라는 인간 만나면 그렇다. 불과 얼마만이면 흔들리고 그리고 사라진다.

가까운 베트남이 그랬고 베네수엘라도 망했다. 십만 병력을 키워야 왜구에게 나라 뺏기지 않는다고 했던 현자의 주장 깔아뭉갰다가 피 박살난 조상의 후예들이다. 우리가. 꼴값도 못한 왕들이 허다했다. 그 백성의 후손이 우리다. 그들과 피를 나눈 게 더럽고 부끄럽기까지 하다는 이들이 많다. 맞다.

좁아빠진 나라를 근 한 세기 가까이 철천지원수로 알고 버틴 나라 사람들이 우리다. 게다가 이제는 세계가 흉을 보고 인간취급하지 않는 작자들의 생각이 올곧다고 여기는 자들 편을 들고 있다. 그러면서 그자들을 따르겠다는 이상한 종자들도 활개치고 나대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분단나라에서 살다보니 정신이 이상해 진 것이다.

시장패거리 떼처럼 막무가내로 나대면 될 다 될 것이라는 환상에 그들은 산다. 부나비라고 여기던 이들이 힘을 갖자 원수라도 갚듯 사람들을 몰아대는 세상이다.

시장은 장사가 잘돼야 한다. 당연한 논리다. 시장이 시장으로 존속하기 위해서는 장사부터 잘돼야 하다는 말이다. 이름을 달리할 뿐 가난한 시장으로 살아남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제는 많이 봐왔다. 어떻게 해서 망한 나라사람들이 비참해 졌는가를 시장사람들은 안다.

어떤 인간들에 의해 그런 비극이 시작되고 종지부를 찍었는지를 잘 안다. 시장은 쉽게 무너진다. 그러나 그 역사의 값은 바로 시장사람들에 의해 기록된다. 그리고 피의 대가를 꼭 지불해야 한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