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는 대기업, 사모펀드도 기웃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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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향방에 재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조원대 이상으로 예상되는 높은 매각가 불구 제2국적사로서 프리미엄이 크다는 점에서 매물 가치는 높다는 평이 나온다. 단 인수전 참가 예상기업들간 눈치싸움이 상당, 사모펀드를 제외하곤 아직까지 인수의향을 적극적으로 밝히는 기업은 없는 상황이다.

1일 업계 따르면 금호산업은 9월까지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을 진행하고, 10월 본입찰에 나설 예정이다. 채권단 역시 올해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본계약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1%(6천869만주)에 새로 발행될 이 회사 보통주까지 인수하는 방식으로, 분리매각 가능성이 검토되던 에어서울·에어부산·아시아나IDT 등 6개 자회사 역시 통매각될 전망이다. 매각가는 1조5천억원에서 최대 2조원 이상이 거론되고 있다.

간만에 나온 대형 매물로 가격만 볼 때 인수부담이 상당하나 면허사업인 항공업에 진출할 수 있고 국적 항공사로서 메리트가 크다는 점에서 SK·롯데·한화·GS·신세계·호반건설·애경 등 대기업들이 유력 인수후보로 꼽히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인수의향을 밝힌 곳은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 외 없는 상황이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여러 경로를 통해 아시아나 매각에 관심이 있다고 들은 곳도 있고 사적으로 연락이 온 곳도 있다”고 말했으나, SK를 비롯한 다른 기업들의 경우 ‘관심 없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일각에선 최근 아시아나항공과 업무 제휴 중인 카타르항공과 접촉한 것은 물론 항공업 진출 움직임까지 보여 온 SK의 인수전 참가에 주목하고 있으나 불참 전망도 적지 않다.

특히 금호석유화학과 관계 때문에 SK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나서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금호산업은 형제기업이었다 계열 분리된 금호석화와 그 특수관계인에 대해 인수전 참가 불가 입장을 밝히 바 있는데, SK는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금호미쓰이화학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최근에는 한진그룹 오너일가와 대한항공 경영권 분쟁 중인 사모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가의사를 밝혔으나 실제 추진 가능성에 대해선 낮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KCGI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굴지 IT 기업들과 연계 인수전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들 IT기업의 컨소시엄 참가도 확실치 않을뿐더러 KCGI의 인수전 참가 자체가 주주 행동주의 펀드의 존재감 확보 등 다른 목적 때문이란 의견들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직원들 또한 고용안정을 이유로 사모펀드 인수에 배타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어 실제 KCGI로 인수 추진 시 적지 않은 반발이 예상된다.

한편 지난달 말 업계 내에선 생각보다 지지부진한 인수전 향방을 두고 금호산업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고의적 유찰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으나 이에 대해 산업은행 ‘사실무근’이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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