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 의원, 9페이지 분량 ‘수입차 담합 내부 문건’ 공개

[현대경제신문 장우진 기자] 수입차업체 대표 및 담당자들이 정기적 모임을 갖고 ‘핵심 영업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드러나 담합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15일 민주당 민병두 의원(정무위원회)는 총 9페이지 분량의 ‘수입차 담합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세일즈 커미티(Sales Committee)의 이름으로 각 회원사들에게 보낸 이메일(E-mail) 내용 ▲세일즈커미니 워크샵 행사의 기본 계획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각 회원사 대표이사와 세일즈위원회 담당자들에게 보낸 공문 3페이지가 포함되어 있다. 각 공문에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회장의 직인이 찍혀 있다.

먼저 기본계획과 공문을 살펴보면 담합으로 추정되는 내용들이 담겨있다. 문건에는 각 수입차별로 ‘월판매 예상치’가 포함된 실적전망을 KAIDA가 취합해서 회원사들에게 배포하며 공유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한 수입차 10개사가 참여하는 워크샵에서는 ▲4분기 및 2010년 영업결산 ▲4분기 브랜드별 영업 관련 특이사항 ▲2011년 각 브랜드별 신차출시 일정 및 년간 목표 공유 ▲2011년 하반기 및 10월 시장전망 등이 포함돼 있다.

민 의원은 “한국수입자동차협회와 수입자동차 회사들의 ‘세일즈 위원회’는 이메일과 공문의 내용 등을 취합해 볼 때, 수년간에 걸쳐서 정기적으로 진행된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세일즈위원회 모임에서 다루는 내용들도 가격 형성에 영향력을 미치는 ‘핵심 영업정보’”라고 지적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월 29일 ‘경쟁사 간 가격인상 계획 등 영업비밀 교환을 통한 담합행위 엄단’ 사례에서 “장기간의 체계적이고 은밀한 방법으로 경쟁사간에 비밀 영업정보를 교환하고 합의를 형성하고 가격을 담합한 행위에 엄중히 제재할 것”이라며 “직접적 가격합의가 아닌 정보교환을 통한 묵시적 합의도 담합이라는 점을 명백히 한다”고 밝힌바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실무 담당 총무가 각 회원사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보면 ‘본 계획서는 세일즈 커미티 회원분들만 회람해 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라고 대외비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놓고 민 의원은 “세일즈커미티가 매우 ‘비밀스럽게’ 진행되고 있음을 짐작케한다”고 말했다.

문건에 의하면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주도로 2010년 11월 12일, 2011년 5월 19일, 2011년 10월 7일에 최소한 세 차례에 걸쳐 각각 1박 2일로 회합이 진행됐다. 그리고 한차례 업체별 향후 실적전망 자료를 서로 공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 의원실은 국정감사 준비 과정에서 한국수입자동차협회 관계자와 업계 관계자에게 ‘세일즈 위원회’의 존재여부와 실제 활동을 문의했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세일즈 담당하는 사람들끼리 가끔 점심 먹으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평범한 친목모임’”이라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이에 민 의원은 이 같은 답변이 오히려 담합의 심증을 증폭시킨다고 강조했다.

민 의원은 ▲이메일 내용 및 관련 문건에는 수차례에 걸쳐 ‘대외비’를 강조하며 ‘비밀스럽게’ 워크샵을 추진했다는 점은 <친목 모임>이라는 성격과 어울리지 않으며, ▲세일즈 커미티의 워크샵에서 논의했던 내용들이 ‘핵심 영업정보’인 만큼 “영업정보는 공유한 적이 없으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나 하는 친목모임”이라는 업계관계자의 해명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공문을 보냈을 뿐만 아니라, 공문의 수신 대상자가 ‘대표이사’ 및 ‘세일즈위원회 담당자’라고 되어 있는데, 친목모임의 안내를 ‘공문’으로 하는 경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친목모임의 회합을 ‘대표이사’에게 통지하는 경우는 상식적이지 않다는 점, ▲‘가끔 점심이나 먹는 친목모임’이라는 해명과 달리 실제로는 ‘확인된’ 세 번의 워크샵이 모두 전남 나주, 강원도 양양, 강원도 정선 등에서 이뤄진 1박 2일짜리 행사라는 점, ▲만일 ‘친목모임’이라는 말이 맞다면, 수회에 걸쳐서 ‘근무 시간’에 친목모임을 진행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납득되기 어려운 점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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