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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용 칼럼] 백년가게와 시장사람들
권희용  |  nw20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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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10  17: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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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싸전’이라고 하면 요즘사람들은 잘 모를 터다. 쌀이나 곡식을 거래하는 가게를 그렇게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미곡상점이 줄지어 있는 곳을 싸전골목이라고 해서 전통시장의 중심이 되던 곳이기도 했다.

퍽 오래된 이야기지만 그 시절 싸전가게 주인이라고 하면 재래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도 알아주는 큰 장사꾼으로 여겼다. 지금까지도 싸전을 이어왔다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3대 혹은 4대쯤의 전통이 있는 가게일 게다.

그런 역사를 자랑(?)하던 K시장 최 씨네 가게가 결국 문을 닫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새해 들어 돌던 풍문이 지난 주말부터 본격적화 한 것이다. 결국 내달 초에 문을 닫고 새 가게가 들어온다는 기별이다.

대형 할인점이 들어선단다. 최 사장은 사업에서 아예 손을 떼고 작은 아들이 있다는 미국 어딘가로 솔가해서 떠난다는 소문이다. 50년 넘게 한곳에서 하던 싸전을 정리하고 그가 시장을 떠날 것이라는 소문은 거의 갑자기 나기 시작했다. 소문은 최 씨네가 거래하고 있는 수많은 식당에서부터 비롯됐다.

식당들이 하나씩 문을 닫는 다는 소문과 함께였다. 외상을 깔아놓고 거래하던 식당들이 야반도주하듯 외상값을 떼어먹고 하루아침에 문을 닫고 없어지는 일이 잦아진 것이다. 불과 올해 초 부터였다.

거지반 1백년 가까이 지탱해온 싸전이 이렇게 허무하게 문을 닫을 것이라는 생각은 아무도 못했다. 최 씨네 싸전을 안다는 시장사람들은 그랬다. 그래서 지난 수삼일간 그들은 시장어귀에서 최 씨를 마주치는 것도 쉬쉬할 정도로 조심스러워 했다.

그런 그들을 최 씨는 애써 밝은 표정으로 대하곤 했다. 그는 시장의 최고 어른이다. 나이로나 연륜으로도 시장에서 그를 필적할 이가 없었다. 그런 그가 이 시장을 아주 떠난다는 소문은 K시장이 가라앉는다는 사실과 다름이 아니라고 사람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비록 누구 한사람 그런 말은 입 밖에 내놓지는 않지만.

우리와 이웃나라 일본의 산업역사는 거의 한 세기에 가까운 시대적 간극이 있다. 1백년에서 오륙년이 모자란 시간이다. 일본은 그 앞선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올렸다. 인물과 문물이 1백여 년이라는 과정을 거쳐 문명과 문화를 나이테처럼 고스란히 남긴 것이다. 그것이 오늘날 일본이라는 섬나라가 세계 속에서 빛을 내고 있는 이유다.

그들의 가장 가까운 곳에 바로 우리가 있다. 이웃나라가 가장 사이가 좋지 않은 적국일수 있다는 국제정치적 관계론을 들먹이지 않아도 그들은 우리의 전통적인 앙숙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본을 우습게 여기는 습성이 있다.

왜놈이라는 대명사로 그들을 지칭한다. 그들도 우리를 조센징이라고 낮춰 부른다. 서로 인종차별적의미가 있는 호칭이다. 그들과 우리는 그런 사이의 나라다. 그런 그들이 우리를 향해 칼을 다시 빼들었다. 보복의 칼날이다. 인내 끝에 빼든 칼이다. 우리 쪽 생각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그렇다.

이제는 우리가, 우리 위정자가 그들에게 사과해야한다고 이른다. 그렇게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새삼스레 기업인들을 모아놓고 훈시하고, 대안이나 대책을 궁구할 처지가 아니란다. 친일을 그렇게 욕보여 이용했으면, 이제는 그 값을 내야 할 단계란다. 우리대통령의 용단이 긴요한 때다.

백년을 열어온 싸전을 닫고 늘그막에 나라를 떠나는 사람을 배웅해야하는 시장상인들의 심사가 이래저래 어지러운 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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