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분양' 실수요자와 투자자 괴리감 심각

박준형 산업부 기자.
박준형 산업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박준형 기자] “과천지식정보타운, 차기 ‘로또분양’ 급부상”이라는 기사를 본 독자 A씨에게 메일이 왔다. 과천에 14년째 거주 중이라는 그는 정부의 대출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과천지식정보타운에 들어서는 아파트 분양가가 무주택자들에겐 여전히 높다고 주장했다.

과천지식정보타운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공공공택지로 올해 하반기 분양을 앞두고 있다. 분양가는 분양가상한제 등 정부의 규제로 2천만원 초중반대로 예상되고 있다.

과천시는 서울 강남과 인접해있어 아파트 매매가가 경기도권에서 가장 비싼 동네다. 과천시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4천600만원 수준이다. 지식정보타운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청약에 당첨될 경우 수억원의 차익이 예상되기 때문에 과천분양에는 로또분양·로또청약 등의 단어가 따라붙는다.

A씨는 “과천 로또가 과천시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천 제이드자이의 분양가가 2천만원 중반대로 예상되고 있는데 정부의 대출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주택자들의 실제 계약은 쉽지않다”고 말했다.

과천 제이드자이의 예상 분양가를 기준으로 85㎡의 분양가는 7~8억원 수준으로 계약금(20%)만 1억5천만원 수준이다. 더불어 주택담보대출 비율(LTV)도 40%로 제한돼 중도금 대출도 쉽지 않다.

이런 문제로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공급된 ‘홍제역해링턴플레이스’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1.1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일반공급(263가구)의 66%에 달하는 174가구가 계약을 포기했다. 전용 84㎡의 경우 계약금만 2억원에 가까운 목돈이 드는 탓에 자금 마련을 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계약을 포기한 것이다.

이렇다보니 최근에는 ‘줍줍족’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속출하는 미계약분 분양에 다주택자나 청약가점이 낮은 자산가들이 폭발적으로 몰려드는 것이다.

A씨는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로 과천지역 내 1순위에 해당하는 무주택자들은 계약금 마련이 어려워 계약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이다”며 “로또청약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실수요자들이 아닌 현금부자나 투자자들이다”고 지적했다.

로또분양이라고 불리는 아파트들의 견본주택에는 수많은 투자·투기꾼들이 몰린다. 실수요자들은 당첨이 되더라도 계약·중도금 마련을 걱정하게 된다.

지난 5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8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주택수요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주거지원 프로그램 1위, 2위로 ‘주택구입자금 대출 지원(31.7%)’과 ‘전세자금 대출지원(18.8%)’이 꼽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무주택자들의 주택마련 기회를 높이기 위해 무주택자에 한해 대출여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정부가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를 고려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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