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일가 실탄 마련, 계열사 상장 추진

왼쪽부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왼쪽부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이 수천억원대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것은 물론 오너 일가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를 통해 고액 배당을 실시 중이며 알짜 계열사 상장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모인 자금은 경영권 승계에 활용될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18일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 등 한화그룹 3세들의 조기 경영권 승계 전망이 투자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앞서 김승연 회장은 최근 만기 도래한 2건의 주식담보대출을 각각 1년씩 연장했다. 김 회장이 주식담보를 통해 조달한 자금만 3천억원에 달하는데, 한 달 이자만 1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김동관 전무 3형제는 오너가 지분 100%(김동관 50%, 김동원 25%, 김동선 25%)인 에이치솔루션을 통해 2016년부터 매년 400억~500억원 상당의 배당금을 지급 받고 있다. 올해 역시 에이치솔루션은 중간배당 400억원을 실시했다. 김동관 형제가 이를 통해 챙긴 배당 수익만 1천300억원 가량이다.

지난 10일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시스템의 연내 상장 계획을 공개했다. 한화시스템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주주(52.9%)이나 에이치솔루션 역시 지분 14.5%를 가지고 있다.

업계에선 한화가 한화시스템 상장 후 한화종합화학 상장도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한화에너지가 대주주(39.2%)로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에너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 오너가 경영권 승계의 경우, 김 회장이 보유한 지주회사 한화 주식(22.65%·약 4천575억원)을 김동관 3형제가 증여 받던지 이들이 직접 한화 주식을 취득해야 한다.

증여의 경우 증여세율 50%가 적용,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을 제외하고도 2천287억원 상당의 자금이 필요하다. 형제 셋이서 7.5%씩 동일하게 증여 받는다면 1인당 필요 자금은 762억원에 달한다.

직접 취득은 중간 지주회사 격인 에이치솔루션과 한화 합병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돼 왔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본인 지분율이 높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추진했던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단 전자는 거액의 증여세가 후자는 두 회사간 기업가치 격차에 따른 편법 합병 논란이 부담으로 거론돼 왔는데, 현재는 두 가지 승계방식 모두 부담이 줄어든 상태란 게 업계 중론이다.

우선 이자 부담 불구 김 회장이 거액의 자금을 이미 마련했고 김동관 전무 형제도 배당을 통해 상당한 자금을 비축 세금은 큰 문제가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최남관 유안타증권 연구원 역시 “김승연 회장 일가가 실탄을 꾸준히 확보하면서 자금 사용내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김 회장이 수천억원대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데 이어, 김 회장 세 아들이 100%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을 통해 막대한 배당수익을 확보하면서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고 밝혔다.

합병 역시 계열사 상장을 통해 에이치솔루션 기업 가치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각에선 ‘기업가치가 오른 에이치솔루션 지분을 매각, 김동관 3형제가 이를 한화 주식 매입에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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