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가 매각한 토지 근저당권 풀어줘 환수 포기한 꼴
예보 "요청에 의한 공동담보 해지는 관행" 궁색한 변명만

부실채권 환수업무관련 직무유기 의혹을 받고있는 예보공사 파산재단이 지난 5월 28일 본지기자와 연대보증인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고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부실채권 환수업무관련 직무유기 의혹을 받고있는 예보공사 파산재단이 지난 5월 28일 본지기자와 연대보증인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고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채무자 재산 인지하고도 채권 회수조치 안 해
연대보증인에 통장 가압류 등 모든 책임 전가

[현대경제신문 조영환 기자] 예금보험공사 파산재단들이 채무자의 채권을 포기하거나 회수를 제대로 하지않아 연대보증인들로부터 직무유기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주채무자이자 토지소유자인 유아이그린과 관계회사 숭지산업개발 등은 2003년부터 2009년까지 토마토저축은행, 프라임저축은행, 서울저축은행 등으로부터 채권최고액 369억원의 대출채무를 지고 있었다.

대출받은 이후 눈덩이처럼 불어난 연체이자로 인해 이들 회사의 대출채무액은 채권최고액보다 52억이나 초과됐다.

이런 와중에 토마토저축은행 등 3개 저축은행은 모두 2011년 파산하여 예금보험공사로 넘어갔다.

광주시 오포읍 일대 7만평 토지를 소유하고 있던 유아이그린은 이중 2만8천평을 오포문형리 주택조합과 6백억원에 매각키로 계약을 체결한 2013년 11월부터 2015년까지 2년동안 주택조합으로부터 100억여원을 매각대금으로 받아갔다.

부실채권 회수가 주목적인 예보공사는 이런 사실을 알고서도 아무런 회수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대해 예보공사측은 "근저당권이 살아있기 때문에 채권회수에는 별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보공사 파산재단은 2013년 연대보증인에 대해서만 통장을 가압류하고 보증인 소유의 성북동 주택을 강제경매하는 등 철저하게 보증책임을 지도록 했다.

주택조합은 유아이그린측에 계약금 100억여원을 지급하자마자 2015년 5월14일 파산재단에 채권최고액 369억원을 대위변제할테니 근저당권을 해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여기서 이해할 수 없는 두 가지 일이 벌어진다.

첫 번째는 근저당권 해지 요청시 주택조합이 유아이그린의 요구로 아파트 사업부지와 상관없는 오포 문형리 산 73-1번지 3만2천평도 슬쩍 끼워넣은 것이다.

유아이그린은 근저당권 해지요청 전에 이미 문제의 땅 문형리 산 73-1번지를 관계회사인 토암개발에 헐값에 팔아 넘겨버렸다.

유아이그린은 법원 감정평가 55억원인 이땅을 공시지가에 불과한 7억1천만원만 받고 토암개발에 매각한 것이다.

예보공사 파산재단은 이같은 사실조차 아랑곳하지 않은 채 주택조합이 채권최고액 전액을 대신 갚아주겠다고 하자 아무런 조건없이 근저당권을 모두 풀어줬다.

여기서 주택조합이 매입하지도 않은 부지에 대해 근저당권을 풀어달라고 한 것도 이해할 수없을 뿐더러 이미 명의가 이전된 토지의 근저당권을 해지한 것은 "예보공사가 채권회수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라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이에대해 예보공사 파산재단은 "산 73-1은 공동담보이고 근저당권 해지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에 맞지않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놨다.

두 번째, 주택조합은 2015년 5월29일 예보공사 파산재단에게 채권최고액 369억원을 대위변제했지만 채권최고액을 상회하는 연체이자 52억원에 대해서는 환수논의 조차 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채권최고액 전액을 다 받고난 이후에도 예보공사 파산재단은 연체이자 52억원의 환수작업을 오로지 연대보증인에게만 책임을 전가해 주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할 수있도록 방조한 꼴이 돼버렸다.

예보공사 파산재단은 연대보증인들에 대해서는 2013년부터 모든 은행계좌를 가압류하여 유동화를 막고 부동산은 강제경매를 통해 적극적 환수에 나섰다.

반면 예보공사 파산재단은 주채무자가 현금과 부동산등을 모두 처분한 뒤인 2015년 10월에야 주채무자의 통장에 가압류 조치를 취해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했다.

이에 대해 토마토저축 파산관재인은 "예금보험공사에서 채무자, 보증인들에 대해 주기적으로 재산조사를 하고 재산이 있을 경우에 통장가압류등의 조치를 하는게 관행"이라고 일축했다.

유아이그린은 현금과 부동산등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빈껍데기만 남아있는 상태이며 현재 해산절차에 들어갔다.

이처럼 예보공사 파산재단의 납득할 수없는 부실채권 회수조치로 인해 결국 연대보증인만 알거지 신세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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