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교섭내용 허위공지 혐의로 노조위원장에 정직 1개월 징계
법원 “위원장 공지내용 허위 아냐”…개인정보 유출 형사건도 불기소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롯데마트가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노조위원장에게 내린 징계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3부는 롯데마트를 운영하는 롯데쇼핑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정직및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 상고심을 지난 10일 기각했다.

롯데쇼핑에 패소 판결한 원심을 인정한 결론이다.

롯데쇼핑은 지난 2015년 1월 당시 유일한 롯데마트 노조였던 한국노총 소속 롯데마트노조와 단체교섭을 공고했고 같은해 11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세차례 임금·단체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2015년 10월 설립된 민주노총 소속 민주롯데마트노조는 2016년 6월과 7월 사측에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요구했다.

롯데쇼핑은 “(한국노총 소속)롯데마트노조의 교섭대표 지위가 유지되고 있어 민주롯데마트노조은 교섭을 요구할 수 없다”는 취지로 회신했다.

이에 민주롯데마트노조는 “교섭대표 지위 유지기간이 어떤 법적 절차를 밟아 확정됐는지 상세히 밝혀달라”고 요구했지만 사측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결정하고 2015년 3월 효력이 발생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했다”고만 답변했다.

이후 민주롯데마트노조의 김영주 위원장은 직원 9천여명에게 ‘사측에 대표교섭노조 확정 절차를 알려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어떤 답변도 없었다’는 내용의 문자를 전송했다.

이에 사측은 “허위사실을 유포해 회사 명예를 훼손하고 직원 전화번호를 제3자에게 무단 반출해 정보보호지침을 위반했다”며 김 위원장에게 정직 1개월 징계처분을 내렸다.

반면 김 위원장은 노동위원회에 이 같은 징계가 부당하다며 구제신청을 냈고 이를 인정받았다.

롯데쇼핑은 노동위원회 판단에 불복, 이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1·2심 모두 롯데쇼핑이 패소했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노조 측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의 구체적 경위 등을 상세히 밝혀달라고 했지만 사측은 간단히 회신했을 뿐”이라며 “김 위원장 문자 중 ‘회사는 어떠한 답변도 없었다’는 내용을 허위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노동조합법상 노조는 원칙적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따라 교섭대표노조를 정해 단체교섭을 요구해야 한다”며 “회사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쳤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봤다.

또 “회사는 비상연락망 등에 직원 휴대전화번호를 게시하고 있고 김 위원장이 문자발송위탁업체에 정보를 무단반출했다는 증거도 없다”며 “롯데쇼핑은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갖고 정당한 노조 활동에 징계를 내렸다”고 판결했다.

2심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노조가 수차례 답변을 요구했음에도 회사가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았으므로 김 전 위원장과 노조로서는 회사가 노조와 적법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에 기초해 문자를 발송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회사로서는 김 위원장의 문자 발송 목적이 회사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노조 단체교섭권을 보장받고 조합원들의 단결을 도모하려는 것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롯데쇼핑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김 위원장을 고소한 사건 역시 검찰이 증거 부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한 것을 언급하며 “징계사유의 존재 여부에 대한 객관적 입증 없이 막연한 추측에 근거해 징계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원심을 인정하고 사측에 부당징계 사실을 사내에 공고하라고 주문했다.

이후 롯데쇼핑은 문영표 롯데마트부문 대표 명의로 지난 17일부터 ‘롯데마트가 김 위원장에게 행한 정직 1개월의 징계는 부당징계에 해당한다. 이 징계처분은 김 위원장 및 민주롯데마트노동조합에 대한 불이익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공고를 올린 상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미) 법원 판결을 성실하게 이행했다"며 "앞으로 직원 징계를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쇼핑은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부과건수 기준으로 중앙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9건 이행하지 않아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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