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약관개정 기인…인상 폭 1.5% 수준
정비요금인상·폭염 등…“손해율 개선 어려울 듯”
[현대경제신문 권유승 기자] 악사손해보험을 시작으로 올해 두 번째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현실화됐다.
내달부터는 여타 손해보험사들도 자동차보험료를 줄줄이 올린다. 이번 보험료 인상은 표준약관개정에 따른 것이나 향후 손해율(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에 하반기 추가 인상 가능성도 점쳐진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악사손해보험이 이날부터 자동차보험료를 1.5% 올린다. KB손보는 내달 6일 1.6%, 삼성화재는 7일 1.5%, 한화손해보험은 8일 1.5%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한다.
내달 10일에는 현대해상, DB손해보험, 흥국화재가 각각 1.5%, 1.0%, 1.4% 올린다. 15일에는 메리츠화재, MG손해보험이 각각 1.2%, 1.0% 인상한다.
이번 보험료 인상은 표준약관 개정에 따른 보험료 원가 상승요인을 반영한 것이다.
앞서 대법원은 육체노동 가동 연한 정년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한다고 판결했다. 육체노동자 노동가동연령이 늘어나면 사망과 후유장해 등으로 일을 하지 못하게 된 부분에 따른 손해액 등이 보험금 산정 시 확대 적용된다.
격락손해(자동차 시세하락 손해) 보상이 확대되면서 보험사들이 지급해야 할 보험금도 늘어났다. 교통사고가 난 차량의 중고가격 하락에 대한 보상 기간이 기존 ‘출고 후 2년 이하’에서 이달부터 ‘출고 후 5년 이하’로 확대된 것이다.
하반기 자동차보험료 추가인상 전망도 나온다. 이번 보험료 인상에도 불구,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로 최근 국내 전체 손보사들의 당기순이익이 대폭 감소했는데,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지난 1분기 손보사들의 당기순익은 7천18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천620억원(18.4%)이나 떨어졌다.
김일평 삼성화재 상무 역시 지난 15일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정비요금인상에 따른 추가 인상 요인이 남아있으나 신중하게 접근할 계획”이라며 추가 보험료 인상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정비요금 상승분에 따라 보험사와 정비업체간 재계약이 아직까지 진행 중이라는 점은 향후 손해율 악화 요인이다.
지난해 격화된 자동차보험료 인하 경쟁의 여파가 아직 남아있다는 점도 하반기 추가인상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4월 삼성화재를 시작으로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흥국화재 등 여러 보험사들이 자동차 보험료 인하를 단행했다. 이후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등도 자동차보험 특약 할인구간을 확대하며 간접적으로 보험료 인하행렬에 동참했다.
또 올 여름 역대급 폭염이 예고되고 있어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폭염 시엔 주행 중 타이어 파손 사고는 물론 엔진 과열 등의 차량 결함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온도가 섭씨1도 오를 때마다 교통사고가 1.2% 증가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이번 보험료 인상에도 수익성 보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돼, 하반기 추가 인상 가능성도 큰 상황”이라며 “다만 연내 세 번째 보험료를 올린다는 게 소비자는 물론 당국 눈치가 많이 보이는 일이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 대신 특약 축소 등의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