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 산업부 차장.
성현 산업부 차장.

지난 24일 열린 홈쇼핑 송출수수료 4차 협상도 별다른 진전 없이 끝났다.

한달에 한번 꼴이던 회의 주기를 조금 앞당긴 게 성과라면 성과다. 지난 2월부터 3개월 넘게 협상이 진행된 것 치고 아쉽다.

그럴 수밖에 없다. 홈쇼핑 송출수수료는 1년에만 1조5천억원이 넘는다. 결론이 쉽게 날 리 없는 규모다.

조단위가 넘는 송출수수료에 홈쇼핑사들은 앓는 소리를 한다.

한 대형 홈쇼핑사 관계자는 “홈쇼핑업계 빅4 업체들의 개별 영업이익이 1천억원 안팎인데 송출수수료는 2천300억원에서 2천500억원에 이른다”며 “방송으로 영업을 하긴 하지만 돈을 열심히 벌어 유료방송사업자에게 퍼다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또 “이렇게 막대한 송출수수료는 중소협력사들에게 부담을 주고 결국 판매가격 인상 요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홈쇼핑업계의 중소기업 제품 편성비율은 70%에 이른다. 반면 판매수수료는 약 30%로 주요 유통채널 중 1위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보다도 높다.

그렇다고 송출수수료를 무작정 내릴 수만은 없다. 송출수수료가 낮아지면 유료방송업체들의 수익성이 나빠질테고 그럼 지금처럼 낮은 가격에 방송을 보기 힘들어진다.

어떤 상황에서도 중소 납품업체와 홈쇼핑 고객, 유료방송 시청자들이 피해를 보는 셈이다. 유료방송 가입 가구가 3천249만가구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피해자다.

그런데도 정부와 국회는 뒷짐만 지고 있다.

특히나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송출수수료 문제를 제기하고 협의체도 발족시켰지만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홈쇼핑 분야 소관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회의에서 찾아볼 수 없다. 정부가 기업 경영에 간섭한다는 지적을 받을까봐 그러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찌됐던 얼굴 보기가 힘들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전임 홍종학 장관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과기정통부와 (송출수수료 인하 문제를) 협력하겠다”고 말했지만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1조5천억원이 넘는 돈을 줄이는 협상을 하는데 기업들만, 기업들이 모인 협회만 참석해서는 답이 없다. 힘 있는 중재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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