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치매, 뇌영상 검사 이상소견 없어도 보험금 지급
중증치매, 간병비 종신토록 지급…역선택 가능성 커져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현대경제신문 권유승 기자] 최근 보험업계 격전지로 부상한 치매보험이 모럴헤저드(도덕적해이)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경증치매 보장에 대해 MRI·CT 등 뇌영상 검사 이상 소견이 나오지 않아도 의사 진단만 있으면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부분이 논란이 되고 있다. 중증치매에 걸릴 시 마치 연금보험처럼 간병비를 평생 지급하는 상품이 대부분이라 역선택은 물론 막대한 손해율 우려가 나온다.

앞서 업계에선 경증치매 보장 등을 확대한 치매보험에 대해 증상 대비 보험금이 높아, 애매한 진단 기준을 빌미로 비도덕적으로 보험금을 타내는 등의 모럴헤저드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치매보험을 판매하는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경증치매 보장에 대해 MRI·CT 등 뇌영상 검사 이상 소견이 나오지 않더라도 임상치매척도(CDR) 1점 이상이 나오면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경증치매는 통상 MRI·CT 등 뇌영상 검사 상에는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금감원은 보험금 지급에 있어 뇌영상 진단을 최소화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문제는 지급기준이 완화되면서 모럴헤저드 위험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점이다.

가입자들이 비교적 치매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증치매 환자로 연기해 보험금을 타낼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경증치매에 해당하는 CDR(치매임상평가척도) 1점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기억장애 정도로 정상 활동은 가능한 상태를 일컫는다.

생명보험사들의 경우 간병비를 종신토록 지급하는 치매보험 상품들이 대부분이라, 역선택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생보사가 취급하는 대부분의 치매보험 상품은 중증치매에 걸리면 월 100만원 가량의 간병비를 사망할 때까지 지급하기에 가입자들이 이를 마치 ‘연금보험’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막대한 손해율을 우려한 일부 보험사들은 간병비 지급 기한을 제한하도록 상품개정에 돌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생보사들이 상품 경쟁력 차원에서 쉽사리 상품 개정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실 위험도가 크다 보니 치매보험 열풍에도 애초에 치매보험 판매에 나서지 않는 보험사들도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치매보험의 경우 재보험 가입이 거절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업계 트렌드에 맞춰 치매보험을 출시하려다 손해율 악화, 민원 제기 우려 등 위험도가 너무 높아 내부적으로 의논 끝에 결국 출시를 안 하기로 했다”며 “치매보험은 보험사들이 막대한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하는 상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단기간 내 치매보험의 판매가 크게 증가하면서, 특히 경증치매 보장과 관련해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 보험금 지급 시 민원 및 분쟁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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