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간 3번 미뤄져…소주 등 타 주종과 이견 관건

맥주업계가 5월 초 예정된 주세법 종량세 전환이 미뤄지면서 실망감을 내비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맥주업계가 5월 초 예정된 주세법 종량세 전환이 미뤄지면서 실망감을 내비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현대경제신문 신원식 기자] 이달 중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 주세법 종량세 전환이 업계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이번에도 미뤄졌다. 이에 맥주업계는 실망감을 내비치고 있다.

수제맥주협회는 8일 입장문을 통해 “4조가 넘는 맥주 시장 존폐가 달린 사안이 계속 표류중인 것을 지켜만 봐야 하는 상황이 답답하다”며 “경제활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에 전력하겠다는 정부 기조에 의심이 생긴다”고 발표했다.

주세법이 종량세로 전환될 경우 가장 많은 세금인하 혜택을 보게 되는 주종은 맥주다. 현행 주세법 상 맥주는 마케팅 비용 등을 더한 출고가 기준 72%가 세금으로 적용된다. 알코올 도수 및 용량에 따라 세금이 매겨지는 종량세로 전환될 경우 맥주는 세율이 낮아진다.

특히 수제맥주 업계는 종량세 전환의 가장 큰 수혜자다. 국내 수제맥주는 소규모 생산으로 출고가가 높아 500㎖ 1캔당 4천~5천원에 판매되고 있다. 국세청이 건의한 리터 당 835원 종량세로 전환될 경우 수제맥주 소비자 가격은 지금보다 1천원가량 낮아질 것으로 수제맥주협회는 기대하고 있다. 

수입맥주 역시 최대 10%까지 가격 할인을 기대할 수 있다. 종량세 전환 시 수입맥주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아사히'는 세금이 리터 당 117원 인하된다. 아일랜드 맥주도 리터 당 176원 인하된다. 맥주업계는 이로 인해 가격은 동일한 상태에서 소비자 선택 폭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세법 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자 일부 수제맥주 제조사는 품질 경쟁이 가능해질 내년을 대비해 연구개발 및 설비 증축 투자도 진행했다.

제주맥주는 맥주 종량세 전환으로 수입 맥주와 품질 경쟁이 가능해질 내년을 대비해 연구개발 투자 및 설비 증축에 나섰다. 어메이징 브루닝 컴퍼니는 최근 이천에 연간 500만 리터 규모의 양조장을 준공했다.

하지만 종량세 전환이 다시 한 번 미뤄지면서 맥주업체들은 당혹감을 표했다.

맥주업체 관계자는 “주종 간 의견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공회전’이나 다름없는 지난 1년의 상황으로 인해 많은 맥주 업체들은 허탈함을 느끼는 수준을 넘어 생존을 위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맥주업체 관계자는 “다른 주종과 달리 업계 합의가 이뤄진 상태라 맥주만이라도 먼저 추진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며 “국내맥주와 수입맥주 사이에 세율 형평성 논란이 있는 상황이라 발표가 늦어진 것에 대해 아쉬운 감이 있다”고 말했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5월 초로 예정됐던 주세 개편안 발표를 미루기로 했다”며 “주류 가격 인상이 없는 범위 내에서 다각도로 검토했으나 업계 간 이견이 발생해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작년 11월 기획재정위에서 "내년 3월까지 종량세 개편안을 제출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다시 "4월 말에서 5월 초까지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재차 발표를 연기했다. 이번에 또 연기되면서 종량세 전환은 6개월간 세 번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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