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 대상 불명확, 보장범위 협소해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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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신문 권유승 기자] 개인정보를 보유·취급하는 정보통신서비스업체들에 대해 내달부터 사이버보험 의무가입이 시행될 예정이나, 사이버보험 시장 활성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의무가입 대상 등이 명확하지 않고 사이버보험 보장성 또한 취약해 의무가입 대상 기업 상당수가 보험가입보다 준비금 적립방식을 택할 것이라 관측되는 탓이다.

내달 13일 시행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전년도말 기준 직전 3개월간 하루 평균 1천명 이상 고객 개인정보를 보유한 정보통신서비스기업들은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이행을 위해 사이버보험에 의무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적립해야 한다.

사이버시장이 확대되며 해킹 등 개인정보 유출사고 또한 급증한데 따른 조치다.

실제 지난해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이 해킹으로 약 350억원 규모 일부 암호화폐를 탈취 당했으며, 2017년엔 가상화폐거래소 유빗이 해킹 피해로 파산을 선언한 바 있다.

보험가입이 의무화 됐으나 사이버보험 시장 활성화에 대해선 부정적 전망이 큰 상황이다.

우선 의무가입 대상이 애매해 보험사와 소비자간 혼선이 일고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의무 가입대상자 선정 기준인 ‘1천명 이상의 고객 개인정보’관룐 휴면고객을 포함하는 것인지, 인터넷 가입 고객만인지 등 대상자 범위 선정이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데이터 부족에 따른 보험료율 산정이 어렵다는 점 역시 시장 활성화에 장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고 발생에 따른 피해 규모에 대해 충분한 평균값이 나오지 않아 보험료를 무작정 낮게 혹은 높게도 책정하기 힘든 상황이란 지적이다.

보험료율 산정이 쉽지 않다보니 보장범위 역시 피해규모 대비 협소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보험사들이 취급하고 있는 사이버보험의 경우 손해율(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 악화 우려 등의 이유로 관련 사고의 심도 대비 보장금액(통상 30억~60억원)이 적은 실정이다.

앞서 해킹 피해를 당했던 가상화폐거래소 빗썸과 유빗 역시 사이버보험에 가입돼있었으나 수백억원에 달하는 피해 규모를 보상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험업계에서도 조차 사이버보험 가입 대신 준비금 적립방식을 택하는 기업들이 많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사이버보험은 위험요소가 많은 상품”이라며 “관련 데이터가 부족한 실정에서 보장 금액을 대폭 높인 상품을 내놓기엔 보험사들의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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