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AI스피커·스마트폰·IPTV와 차별성 없어

SK텔레콤의 디스플레이형 AI스피커 '누구네모'(왼쪽부터), KT의 '기가지니 테이블tv', LG유플러스의 'U+tv 프리'.<사진=각사취합>
SK텔레콤의 디스플레이형 AI스피커 '누구네모'(왼쪽부터), KT의 '기가지니 테이블tv', LG유플러스의 'U+tv 프리'.<사진=각사취합>

[현대경제신문 진명갑 기자] 이통3사가 기존 AI(인공지능)스피커에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제품들을 출시해 경쟁을 시작했으나, 화면을 활용한 콘텐츠는 턱 없이 부족한 상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가 내놓은 디스플레이형 AI스피커 제품들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콘텐츠가 빈약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이통3사는 기존 AI스피커에 영상을 통해 사용자들이 정보와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사용자들은 이미 스마트폰에 탑재된 AI 플랫폼을 통해 날씨, 뉴스 등을 시각 정보로 제공받고 있는 만큼 디스플레이형 AI스피커는 기존 음성전용 제품, 스마트폰과 차별화된 콘텐츠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통3사는 ‘키즈 콘텐츠’를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AI스피커 ‘누구 네모’를 출시하며 7인치 디스플레이로 음악 감상 시 가사 확인, 실시간 환율정보, 증권정보, 운세, 지식백과 사전, 한영사전 등 다양한 정보 확인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사실상 디스플레이가 탑재되고 와이파이(Wi-Fi)만 연결된다면 어느 기기에서나 볼 수 있는 시각정보다. 핵심 콘텐츠로 내세운 것은 아이들을 위한 키즈 콘텐츠가 전부다.

특히 누구 네모의 경우 전원선이 유선 형태로 돼 가정 내에서도 장소를 옮겨가며 사용하기 불편해 오히려 기존 AI스피커의 장점마저 퇴색됐다.

KT가 공개한 ‘기가지니 테이블tv’는 IPTV 셋톱박스에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디바이스다.

KT는 IPTV를 탑재한 차별성을 내세워 사용자들이 기가지니 테이블tv를 활용해 IPTV의 주문형 비디오(VOD)를 즐길 수 있으며, 홈IoT 제어와 음악 감상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해당 디바이스로 IPTV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기기 값 39만6천원에 매달 IPTV 이용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또 IPTV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동시에 IPTV와 차별성을 갖는 콘텐츠는 없다.

LG유플러스는 작년 12월 디스플레이형 AI스피커 ‘U+tv 프리’를 선보였다.

U+tv 프리는 셋톱박스에 디스플레이가 달린 제품으로 AI스피커 기능과 IPTV 기능을 전부 수행한다. AI스피커 화면으로 IPTV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KT의 기가지니 테이블tv와 마찬가지로 기기 값과 요금을 모두 부담해야하는 가격적 아쉬움이 있다.

이에 LG유플러스는 최근 IPTV 기능을 뺀 U+AI 제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이 제품에도 소비자들을 끌어 들일만한 킬러 콘텐츠가 없어 기존 AI스피커와 스마트폰에 탑재된 AI플랫폼과의 차별성도 찾기 힘들다.

이통사가 출시한 디스플레이형 AI스피커는 사실상 키즈 콘텐츠를 앞세워 자녀를 둔 3040세대를 겨냥한 제품이지만 기존 음성 AI스피커 제품, 스마트폰, IPTV를 통해 사용가능한 만큼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이통3사들이 디스플레이형 AI스피커를 출시했지만 기존 제품, 스마트폰, IPTV와의 차별점이 없어 아쉽다”며 “또 이동통신사가 만들고 디스플레이도 탑재했지만 영상통화 기능도 없이 출시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