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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용 칼럼] -0.3%의 지혜
권희용  |  nw20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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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02  14: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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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3대째 시장 통에서 건재상을 하는 박 사장 네 사무실은 동종업자들의 사랑방이다. 이십여개가 채 안 되는 이들 가게는 겉보기와는 달리 나름 특정상품을 취급한다는 불문율을 지키고 있다.

건축자재를 취급하는 점포라고는 하지만 일반인은 이름도 모르는 온갖 물건이 많다. 건축에 쓰이는 물건들이지만 구석에 싸여있는 마대조각 무슨 소용이랴 싶다. 그러나 그런 것도 현장에서는 꼭 필요한 자재 가운데 하나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저러한 잡동사니들을 한군데 모아놓고 거래하는 곳이 바로 시장이다.

하나라도 없으면 거래가 정지되는 곳이 시장이다. 그런 시장에서는 취급하는 상품에 따라 상인들끼리 알게 모르게 따로 거래를 트기 마련이다. 그들끼리 모이면 자연스레 건설경기가 도마에 오른다. 금세 서울근교 건설시장의 거래상황이 이들의 입을 통해 매겨진다.

그러던 그들의 관심사가 지난 주말에는 돌연 GDP(국내총생산증가율) 증가율로 급선회했다. 당국이 이날 발표한 우리나라 GDP가 전 분기 대비 -0.3%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입에서 이런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좌중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벌써 언제부터 골병이든지도 모르고 노상 쌈박질만 해대고 있는데 뭘 새삼스럽게 호들갑을 떨고 생야단이고!!”

우리 경제가 심상찮다는 진단이 안팎에서 나오기 시작한지 오래전이다. 정부도 조금만 기다리면 좋아질 거라고 우기고 버티다 이날 결국 마이너스를 자백을 하고 나선 것이다.

TV 속에서 전문가들이 나와 토론을 하는 것을 보던 K가 울컥 화를 토하면서 하는 소리다. 벌써 4~5년 전부터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예고했단다. 그런데 이제 -0.3로 주저앉았다고 화면에서는 여야가 여전히 앙앙대는 꼴이 눈뜨고 못 보겠다는 것이다.

생산실적이 바닥 밑으로 내려앉았다는 것은 경기가 좋지 않아서다. 경기부진이라는 진단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뭘 만들어 내놔도 팔리지 않으니 실적이 십 수 년 만에 땅속으로 기어들고 만 것이다.

생산량을 일시적으로 조절한 것이라면 그래도 희망이 있다. 문제는 아예 생산시설을 철거하는 공장이 줄은 잊고 있는 실정이다. 처음 듣는 얘기가 아니다. 정말 기업하기 싫다는 오너들이 공단마다 넘친다는 절망적인 소리도 들린다.

그런 소리를 듣고도 못들은 척 멀뚱멀뚱해하는 관리들이 늘어나는 세상이란다. 손쓸 방법이나 별다른 지원책이 없다는 타령만 내놓는다고 한다. 적어도 전 정권이나 전전 정권에서는 기업하기 좋은 고장이라는 빈말이라도 했단다. 그런데 이 정부에서는 거의 수수방관이란다.

청년은 구직수당, 실업자는 실업수당, 업자는 폐업수당, 신생아는 출생수당 등등 어쩌면 대가없이 제공되는 공짜병이 공직기강에도 스며들고 있다. 일하다 잘못되면 문제만 덮어쓴다는 보신주의에서 망국병이 번지는 것이다.

촛불정권 초 뭘 할 것 같이 기대를 모았던 각종 정책들이 고질병만 쌓아놓고 빈들에 나자빠져 있는 형국이다. 골수에 든 병중에도 수십년째 이 나라 상공을 떠나지 못하는 원혼이 다시금 곡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독재타도, 헌법수호, 장외투쟁, 좌파독재, 육탄저지 등등...

이런 가운데 ‘민생문제라면 이리 치열하게 싸울까’라는 긴 탄식도 들린다. 거의 모든 것들의 연원이 20년 아니 향후 100년쯤 정권을 더 잡겠다는 집권당의 욕심이 빚은 결과라고 한다면 대답은 무엇일까.

아무짝에도 쓸데없어 보이는 마대조각이 소리 없이 스며들어 벽체를 무너뜨리는 물을 막아준다. -0.3%는 미약한 수치다. 그러나 미리 막아야 한다. 보잘 것 없는 마대조각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미리 챙겨두는 손길이 필요한 때가 미구에 온다. 그것을 밝혀내는 혜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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