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경계성종양 등 진단비 대폭 확대
“손해율 우려…리스크 관리 신경 써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현대경제신문 권유승 기자] 유사암보험 판매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유사암 진단비가 일반암 수준으로 대폭 확대돼 출시되고 있는 것. 치매보험 과열경쟁에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걸자, 보험사 경쟁무대가 유사암보험 시장으로 옮겨간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일반암 대비 유사암 발병률이 높아 과열경쟁에 따른 보험사 손해율(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 상승 우려도 나오고 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유사암 진단비가 최대 5천만원까지 상승했다. 유사암은 갑상선암, 기타피부암, 경계성종양, 제자리암 등이 포함되며, 일반암 대비 발병률이 높고 치료비가 적게 들어 통상 진단비는 일반암의 10~20% 수준인 200만원 내외였다.

삼성생명은 이달 갑상선암, 경계성종양 등의 진단비를 2천만원까지 늘리며 소액암 보장을 확대했다. 소액암을 일반암 대비 100%로 가입 가능하게 한 것이다. 기존 상품의 경우 갑상선암과 경계성종양은 일반암 보장비율 30%에 최대보장금액이 1천200만원 수준이었다.

삼성화재도 유사암 진단비를 65세까지 2천만원으로 확대했다. 특정유사암(4기)은 5천만원까지 지급, 이들을 합치면 최대 7천만원까지 보장되는 셈이다.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 등도 유사암 진단금을 2천만~3천만원으로 올렸다. DB손해보험의 경우 최근 유사암 진단비를 최대 5천만원까지 지급하는 한시적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어린이보험도 유사암 보장성이 확대되고 있다.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보 등은 어린이보험에 유사암 진단비를 최대 5천만원까지 늘렸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유사암 보장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최근 불티나게 팔렸던 치매보험에 금감원이 민원발생, 불완전판매 등을 우려해 제동을 걸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험사들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대비에 보장성 보험 판매를 늘려야 하는 상황임에도 보험시장이 포화돼 판매동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어 보장성보험 판매 확대 일환으로 치매보험 대신 유사암 보험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유사암보험 과열경쟁에 손해율 우려도 나온다. 유사암은 일반암 대비 발병률이 높고 치료비가 적어 진단비를 과도하게 올리면 보험사 리스크 관리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금융당국도 보험사들에게 암보험 상품자료를 요청하는 등 과열경쟁 양상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일전에 갑상선암 보장 등으로 보험사들의 손해율이 치솟았던 적이 있었던 만큼 리스크 관리에 각별히 신경써야할 것”이라며 “대형 보험사들이 유사암보험 보장 확대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중소형 보험사들도 어쩔 수 없이 대형사를 따라가는 형국이 발생해, 보험업계 시장질서가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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