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내달 22일 1차 변론 열어…삼성 “별다른 입장 없다”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분식회계 의혹을 두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금융위원회·증권선물위원회가 벌이는 행정소송 첫 변론이 다음달 말 열린다.

서울행정법원 3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금융위와 증선위를 상대로 낸 시정요구 등 취소청구소송 1차 변론을 다음달 22일 열 계획이다.

이 소송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보유지분을 회계 상으로 잘못 처리했다고 증선위가 밝히면서 시작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2년 바이오젠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동설립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개발회사다. 2012년 말 기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은 삼성바이오로직스 85%, 바이오젠 15%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50%-1주를 살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 같은 콜옵션 사실을 공개하지 않다가 2015년 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연결)에서 관계회사(지분법)로 변경하면서 기업가치를 장부가액(2천905억원)에서 공정가액(4조8천806억원)으로 바꿨다.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가 허가권에 진입하는 등 기업가치가 상승하면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2011년 이후 4년 연이어 당기순손실을 보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1조9천억원 순이익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처럼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를 바꾼 2015년은 삼성그룹의 경영권에 큰 변화가 있던 해다.

2014년 말만 해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주주는 지분 45.65%를 각각 보유한 삼성전자와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이었다. 삼성물산 지분은 5.75%에 불과했다.

이후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추진, 2015년 9월 두 회사를 합병시켰다. 합병 전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순환출자의 중심축으로 삼성전자 지분 4.06%를 갖고 있던 핵심 계열사였다.

합병비율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각각 1대 0.35였다. 이 덕분에 옛 삼성물산 지분이 전혀 없고 제일모직 지분 23.23%를 갖고 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합병 회사의 지분 16.5%를 일거에 확보했다.

결과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변경으로 대주주인 제일모직의 가치가 올라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지배력을 키운 셈이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변경에 대한 증선위의 판단은 달랐다. 콜옵션의 존재를 고의적으로 숨겼고 바이오젠이 실제로 콜옵션을 행사하지도 않았는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지분법 회사로 변경했다는 지적이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연 기자회견에서 “증거자료와 당시 정황 등을 고려할 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계원칙에 맞지 않게 회계처리기준을 자의적으로 적용하면서 고의로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증선위는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고발하고 김태한 대표이사 해임 권고,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를 내렸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김태한 사장은 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소송이 끝날 때까지 제재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냈다.

가처분 신청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승리한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본안소송 첫 변론에 대한 입장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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