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가입 이용한 보험사기 발생 우려
약관상 보험금 받기 힘든 구조라는 지적도
금융당국, 치매보험 검사 착수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현대경제신문 권유승 기자] 인기몰이 중인 치매보험이 보험업계 골칫덩이 상품으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치매보험은 경증치매까지 보장을 확대한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보장금액이 높다보니 중복가입을 이용한 보험사기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품 자체가 불명확한 약관 등으로 인해 경증치매 보험금을 받기 힘든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금융당국이 치매보험을 타겟으로 대대적 검사에 착수했다.

28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 각 보험사에 치매보험 상품 운영 관련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경증치매에 대한 일시 정액 보험금 지급’ 및 ‘타사 상품과 중복 가입에 따른 보험사기’ 우려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치매환자 증가에 따라 지난해부터 주요 생·손보사들은 경증치매까지 보장을 확대한 치매보험 상품 출시에 열을 올려왔다. 경증치매에 해당하는 CDR(치매임상평가척도)1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기억장애 정도로 정상 활동은 가능한 상태를 일컫는다.

그러나 경증치매까지 보장하다보니 도덕적해이 등의 우려가 나오곤 했다. 가입자들이 비교적 치매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증치매 환자로 연기해 보험금을 타낸다는 것이다. 타사 치매보험 상품과의 중복가입 제한이 없어 보험사기에 이용될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이 상품 검사에 나서자 보험사들은 치매보험 상품에 누적 가입한도를 설정하기로 했다. 타사 상품과 중복 가입했을 시 보장받을 수 있는 금액을 제한한다는 의미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25일 경증치매 누적 가입한도를 3천만원으로 설정했다. 다른 보험사들 역시 조만간 누적 가입한도를 적용한다는 방침으로 전해진다.

불명확한 약관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험사들이 강조해온 경증치매 보장이 약관상 보험금을 받기 힘들도록 구성됐다는 것이다.

치매보험 약관에는 CT·MRI 등 뇌영상검사를 토대로 의사의 치매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있는데, 일반적으로 경증치매는 CT·MRI 등에 이상소견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렇다보니 각 보험사들의 판단 기준에 따라 보험금 지급 여부가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뇌영상검사 등의 이상소견이 보험금 지급 조건으로 걸려있어, CDR 점수기준으로 측정된 보험료율 자체도 잘못 책정됐다는 지적이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치매가 의심되면 CT·MRI 등을 비롯한 여러 검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행여 뇌영상검사상 이상소견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의사가 치매라고 판단하면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뇌영상검사 등 약관에 이런 조항은 보험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볼 수 있다”며 “금감원이 약관 검증에 나섰다고 하나 이 같은 조항에는 손을 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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