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진짜 실력’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것도 문재인정부 출범과 함께 호된 신고식을 치른다는 말이 무성한 삼성그룹에서다. 일컬어 ‘이재용의 진짜 실력’이란다. 이 말의 어원은 3세대 10나노급 D램을 개발한데서 비롯됐다.

이재용은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그가 지난 1월 청와대에서 열린 ‘2019기업인과의 대화’ 즉 대통령이 참석한 ‘어전회의’에서 한 말이란다. 반도체 경기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그는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좋지는 않습니다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짐작컨대 이때 이미 삼성은 10나노 급 D램 개발을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그 무렵 이 부회장은 또 감옥에 갇히지 않나 우려했었을 것이다. 많은 국민도 같은 생각이었다.

즈음에 디지털산업의 생명인 앞선 기술력을 과시했다는 것은 말 그대로 진짜 실력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에서 진일보한 국가적 쾌거라는 말이 허언이 아니다.

이미 세계 관련분야에서 삼성의 기술력은 정평이 나있다. 어느새 미국을 앞지르고 있다. 부지런히 따라오던 중국도 이번 삼성의 성공에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고 말았다.

아무리 작디작은 골목시장에도 진짜 실력은 따로 있다. 소위 알부자라는 표현이 그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른바 구두쇠로 지칭되는 구시대적 부자는 이미 지난날 부자의 낡은 모습일 뿐이다.

그런 부자를 존경의 눈으로 보는 이들은 거의 드물다. 안 먹고, 안 쓰고, 뒷짐 지고 어정거리는 영감형 알부자는 인기가 없다. 아니, 아예 따돌림을 당하기 일쑤다. 집안에서도 그렇다. 부모형제간에도 알력이 거세다. 일가친척끼리도 오고가는 거래가 없다. 냉랭하다. 욕설이 오고갈 뿐이다.

어느 한쪽끼리만 왕래할 뿐이다. 이상할 정도로 편애하는 게 눈에 띈다. 주고받는 말도 사뭇 다르다. 눈짓이 다르고 몸짓도 다르다. 도무지 같은 집에서 같은 밥을 먹고 산 사람들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이유가 불명한 원한을 품고 산다. 그들은 이미 식구가 아니다. 집안 식구가 아닌 것이다. 다만 원지간일 뿐이다.

나라라고 다르지 않다. 생각이 다르면 행동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제각각이 되기 쉬운 사람들을 한마음이 되도록 모으기를 잘하는 사람을 지도자라고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하는 방식으로 대통령을 이렇게 뽑는 게 일반적이다. 소통을 잘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하다고도 할, 북한과의 문제를 다른 나라의 힘에 맡겨둔 국가가 우리나라다. 이미 반세기도 훌쩍 넘겼다. 조금 힘이 생기면서 자주적으로 해보겠다고 나선지도 많은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생각이 이상하게 다른 집단이 나서면 나라가 불안해진다. 걱정하는 이들이 태반이다. 진짜실력이 없어서다.

지금이 그렇다. 우리 힘으로 안 될 처지라면 힘 있는 당사자를 따르면 된다는 이치가 옳다. 그걸 외면하고 없는 고집 만들어 백안시하는 경우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

시장에서 외면하는 물건을 어디 가서 팔겠는가. 실력 없는 자가 어디서 무엇을 한 대도 사람들이 알아주겠는가. 시장은 그런 무능력자를 알아주는 고집불통의 바닥이 아니다. 교언영색이 먹히는 세계시장은 이미 없어진지 오래되었다. 진짜실력이 살아남는 시대여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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