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 안소윤 기자
금융부 안소윤 기자

[현대경제신문 안소윤 기자] 정부가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과 현금유동성 악화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도입한 새로운 결제 플랫폼 ‘제로페이’가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 1월 31일 기준 제로페이에 정식 등록한 가맹점은 4만6천628개다. 4월부터는 전국 6대 편의점에서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해진다.

서울시와 중소기업벤처부는 제로페이 참여를 결정한 마트, 치킨집 등 60여개 프랜차이즈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가맹등록을 실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제로페이 가맹점 확대 속도에 비해 소비자 이용률이 늘지 않고 있어 정부는 고심에 빠진 모습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올해 1월 제로페이 결제실적은 8천633건, 결제금액은 약 1억9천949만원으로 집계됐다. 가맹점 수를 고려하면 한 달 동안 가맹점당 거래실적은 0.19건, 4천278원에 그친다.

같은 기간 국내 개인카드(신용·체크·선불) 결제 건수 15억6천만건과 비교하면 0.0006%, 결제금액 58조1천억원에 견주면 0.0003%에 불과하다.

국내 결제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신용카드 비중을 대폭 줄이고 제로페이를 포함한 계좌이체 기반 간편결제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표한 포부에 비하면 초라한 시작이다.

이에 정부는 제로페이 사용자 유인책 확대에 고군분투 중이다.

‘착한 서울시민 당신에게 47만원이 돌아옵니다’

최근 들어 거리 곳곳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제로페이 광고 문구다. 제로페이 소득공제 환급액이 신용카드 소득공제 환급액보다 최대 47만원이 더 많다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해 제로페이의 소득공제율을 신용카드(15%)와 체크카드·현금영수증(30%)보다 높은 40%로 책정하고 이를 가장 큰 혜택으로 내세우며 제로페이 사용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수치일 뿐 현실적으로 신용카드를 대체하기엔 한참 부족해 보인다.

1년 중 최대 재무목표가 소득공제 많이 받기라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소득공제보단 할부거래 기능과 현금이 없어도 결제할 수 있는 편의성, 연회비를 능가할 만한 수준의 포인트 및 마일리지 등의 혜택을 이유로 신용카드 결제를 선호한다.

‘엄청난 혜택’으로 포장돼있는 것과 달리 실상 누릴 수 있는 것은 소득공제가 전부고, 편의성 면에서 조차 뒤쳐져있다는 점은 제로페이의 매력을 떨어뜨린다.

정부가 제로페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꺼내든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카드 역시 오히려 소비자들의 제로페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반발만을 키우고 있다.

홍남기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4일 ‘53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데 따른 방침이라는 입장이지만, 제로페이에 소득공제율 40%를 적용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인 만큼 ‘제로페이 밀어주기’ 일환이라는 의구심에 무게가 실린다.

정부의 제로페이는 ‘카드 가맹점 부담 결제 수수료 축소’에만 초점이 맞춰져 소상공인의, 소상공인에 의한,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에 국한돼있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제로페이 도입의 취지는 좋다. 그러나 소상공인의 부담을 소비자의 손해로 넘기는 방법은 옳지 않다. 절대적인 이용 주체인 소비자 입장을 뒤로한다면 결과는 무관심 속 실패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허울만 좋은 혜택도 결국 소비자에게 외면당할 뿐이다.

제로페이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선 다른 결제 수단을 내리깎는 방법이 아닌 실속 있는 기능과 혜택을 통해 소비자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고 순리적으로 흡수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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