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정국이 불안하면 장사도 잘 안된다고 상인들은 말하다. 그러면 정국이 안정세를 유지하면 장사가 잘되느냐 하면 꼭 그런 건 아니란다. 그렇다면, 장사란 시와 때에 따라 다르다는 말이 맞는단다. 구체적으로는 짚신장사가 잘되는 때가 있고, 우산장사가 재미를 보는 때가 다른 이치와 같다는 말이다.

근자의 불경기를 두고 ‘문재인 불황’이라고 하는 이들이 많다. 그렇다면 박근혜정부 때는 어떤 말을 썼나. 적어도 박근혜 불황이라는 용어를 쓰지는 않았다.

경제형편이 좋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불과 3~4년 전 일이다. 우리경제를 두고 이웃나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침체를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컸다. 제2의 환란위기가 눈앞에 와 있다는 소리도 들렸다.

이를 미연에 막기 위한 전문가들의 처방이 매일 매스컴을 채우고도 넘쳤다. 정부는 처방전을 선택해서 실행에 옮기기만 하면 급한 대로 여론의 질타를 피하고도 남아보였다.

그렇다고 박근혜정부가 일을 회피하거나 무시했던 것도 아니다. 일이 되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일을 할 수 없었다는 표현이 맞다. 이는 무능과는 사뭇 달랐다. 일을 어떻게 해야 된다는 것을 알긴 알았다.

그런데도 일이 되지를 않았다. 이른바 강력한 야당이 가로막고 있어서였다. 당시 야당은 이를 두고 소통을 못하는 불통정부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리하여 정권의 핵심부가 국정을 농단하면서 엉뚱한 짓을 한 탓에 정치도 경제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했다. 결국 탄핵으로 대통령을 감옥에 보냈다.

당시 대통령은 전망이 어두우니 당장 민생경제 관련 법안이라도 국회에서 통과해 달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입법부에 호소했다. 여야 간부들을 청와대에 초치해 자리를 마련했다. 대승적 차원에서 민생경제 활성화에 여야가 협조해달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상하게도 그런 자리가 있은 후에는 여야의 첨예한 대립이 그 도가 더하기만 했다. 마주 앉으면 싸우는 게 일이었다. 아예 국회를 없애자는, 말도 되지 않는 말들이 국민의 입에서 터져 나오기 예사였다.

그때와 지금이 다르지 않다. 민생경제 관련 입법안이 해당 상임위원회에 쌓여있기는 전과 다름이 없다. 통과할 날이 막막하다. 아예 검토조차 되지 않은 법안이 부지기수란다. 국회가 문을 닫고 있으니 말해 무엇하나.

게다가 정부는 엉뚱한 곳에 전력을 쏟고 있는 와중이다. 민생경제보다 북한 경제 구축에 몰입한다는 지탄을 받아왔다. 전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놓은 관련기조는 경제민주화였다. 뜬구름 잡는다고 어지간히 볶아댔다. 당시 야당은.

그런데 이 정권의 그것은 거의 실현가능성이 없을 것이라는 외면 속에서도 고집대로 출발했다. 우려대로 소득증가는커녕 소득감소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만 있다. 그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다 물러난 몇몇의 소득만 왕창 늘어났단다.

그러고도 고치려는 노력도 없다. 실무책임자들을 바꾸고도 그렇다. 떠나는듯하던 주역들이 다시 정권의 실세로 돌아오는 인사가 국민을 우롱한다는 지적이다. 전 정권의 대통령은 불황을 만들었다는 오명도 쓰지 않고 쫓겨났다. 불과 2년 전일이다.

골목시장도 장사가 안 되면 구조조정을 한다. 아니, 구조조정이 된다. 하노이에서 열렸던 미-북 회담이 결렬되자 당장 실무자들 목이 날아갈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똑같은 이치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다.

허우대 멀쩡했던 박사장네 야채가게가 문을 닫았다. 그 자리에 떡집이 들어온단다. 옷가게로 재미를 보던 최씨네 점방도 어물가게로 변신중이다. 사람도 바뀌기 시작한지 오래다. 주인이 바뀐 것이다. 이렇게 골목시장도 경기에 부딪치면서 모습이 달라진다. 민심이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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