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 금융팀장.
김영 금융팀장.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지난달 12일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최종 인수후보로 현대중공업을 선정하며, 일반적 딜(Deal)과는 큰 차이가 나는 매각방식에 대해 소개했다.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을 매각하며 인수대금은 한 푼도 받지 않을뿐더러 현대중공업 주도로 새로 설립될 통합지주사에 현물출자까지 진행할 것이라 밝힌 것이다. 대신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으로부터 2조원대로 추산되는 통합지주사 주식 일부만 넘겨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 매각 결정에 대해 금융권 및 재계에선 놀랍다는 반응과 함께 괜찮은 딜이 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들이 나왔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을 관리해 온 기간은 장장 20년으로, 그 동안 이 회사에 투입된 공적자금만 10조원이 넘는다. 골칫거리 대우조선을 민영화해 추가 국부유출을 막게 됐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이 될 것이란 의견이다.

국내 조선업계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빅2체제로 재편, 국내 업체 간 저가 수주를 막고 이들 업체들의 효율성 및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게 됐다는 기대 또한 들려온다.

이동걸 회장의 결단에 대해서도 호평이 적지 않다.

2017년 9월 산업은행 회장으로 취임한 이동걸 회장은 난제였던 금호타이어·STX조선 매각을 일사천리로 진행했고, 대우조선 매각 역시 “지금이 매각 적기”라 주장하며 강력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이 회장 모습에 대해 업계에선 ‘결단력 있는 리더십’ ‘원칙주의자’ 등의 평가도 뒤따랐다.

다만 대우조선 매각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대우조선 및 현대중공업 노조는 양사 통합이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조선업계 고용안정성을 크게 후퇴시키는 이번 매각을 전면 중단해야 할 것이라 반발했다.

공적자금 회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대우조선을 경영 정상화 가능성이 확인된 시점에 현대중공업으로 매각하는 게 성급한 결정이자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용단과 성급함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시점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산업은행의 모습이 이전 정부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산업은행은 국내 산업의 부흥 목적으로 창립됐으나, 2000년 이후로는 언제나 기업 구조조정에 주력해 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늘 한결 같았다. 기업 회생 및 산업계 전반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인력감축 또는 임금 삭감 등이 포함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단 것이었다. 지금 산은과 이동걸 회장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이번이 매각의 마지막 기회라면서, 노조와 언제든 대화할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산은이 노동자의 양보를 우선하며 고통분담만 강제하고 있다며 협상 자체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 중이다.

국내 산업이 전반적 위기상황에 처했고 이를 타계하기 위해 혁신이 필요하다는 말에는 충분히 동의하나, 딜 형태의 변화만 있을 뿐 혁신의 대가가 늘 한 쪽의 희생이라면 과연 그게 현명한 대안일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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