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 금융팀장.
김영 금융팀장.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생명보험업계와 저축은행업계 등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예보료 인하 요구가 꾸준히 들려오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이 같은 업계 요구에 대해 “위기 상황 직면 시 현재 적립금도 충분치 못할 수 있다”며 “이들 업종에 대한 예보료 인하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예보는 외환위기 발발 직후인 지난 1998년 여러 예금자보호기관을 통합해 설치한 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으로, 매달 일정액의 보험료를 금융사들로부터 받아 비상사태 발생시 이들 금융사 예금주들의 예금을 일정한도까지 지급보장 해주고 있다.

자체 보장 체계를 갖춘 새마을금고 및 협동조합 출자금 그리고 일부 특수 경우를 제외한 일반적 금융거래 대부분이 예보의 지급 보장 대상에 포함된다.

지난 2011년 발발한 저축은행사태는 예보의 존재이유를 보여준 사례였다. 당시 삼화저축은행을 시작으로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가 전국적으로 발생 이들 은행에 대한 뱅크런이 이어졌는데, 사태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곳이 예보였다.

그럼에도 최근 업계에선 예보에 반감이 급증하고 있는데 금융사들이 체감하는 예보료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업계의 경우 매년 쌓인 적립금이 어느새 세계 최대 수준에 도달했음에도 현행 예보료 체계상 부담해야 할 보험료가 지속 증가 몇년 안에 업계 전체 부담액 규모가 연간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 우려 중이다.

최근 만난 한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 사업 목표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예보료 인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지난해 사업적으로 큰 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역시 쉽지 않은 한해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나마 연간 수백억원을 지급하는 예보료만이라도 조금 낮춰지면 숨통이 트일 거 같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업계에서는 예보요율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시중은행 예보요율이 0.08%인데 반해, 그보다 규모가 훨씬 영세한 저축은행들의 예보요율이 0.4%로 5배나 높은 수준이란 지적이다.

저축은행 전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지난해 3분기 14.5%를 기록하는 등 자본 건전성이 안정화 됐고, 법정 최고 금리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점을 예보요율 인하의 이유로도 들고 있다.

그럼에도 예보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특히 저축은행업계에 대해선 “과거 지급된 자금 회수가 먼저”라며 상당히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예보의 입장이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저축은행 사태보다 더 크고 충격적인 금융사태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미연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적립금을 충분히 쌓아두려 하는 게 나쁠 건 없다는 말이다.

다만 예보가 미래에 대한 두려움 또는 과거 잘못에 대한 책임추궁 때문에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금융사들이 예보료를 내는 가장 큰 이유는 미래 발생할지 모를 비상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것인데, 그 보험료 때문에 지금의 경영위기가 닥쳐온다면 보험료 지금이 과연 옳은 일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언제 쓰일지 모를 비상금 마련하겠다고 당장 오늘 써야 할 생활비까지 줄이는 일은 하지 않길 바라본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