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한진칼·한진 주주명부 열람·등사 허용에 태세 전환

한진그룹이 지배구조 개선을 두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사모펀드 KCGI의 주주제안에 법적인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KCGI가 청구한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자 반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해 9월 20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에 소환돼 청사로 들어가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진그룹이 지배구조 개선을 두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사모펀드 KCGI의 주주제안에 법적인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KCGI가 청구한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자 반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해 9월 20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에 소환돼 청사로 들어가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한진그룹이 지배구조 개선을 두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사모펀드 KCGI의 주주제안에 법적인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발표한 지배구조 개선책에 대해 KCGI가 “믿지 못할 미봉책”이라고 혹평하고 법원도 KGCI에 한진칼·한진의 주주명부 열람·등사를 허용하자 보다 강도 높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한진그룹은 KCGI와 국민연금공단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거세지자 자구안을 내놓는 등 한발 물러난 모습을 보였지만 이를 계기로 반격의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은 20일 입장자료를 내고 “KCGI가 한진칼과 한진에 주주제안을 하기 위해서는 상법에 규정 상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하지만 KCGI는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상법 542조6항은 소수주주가 주주권을 행사하려면 ‘6개월 전부터 상장회사의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1천분의 10(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1천분의 5)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수주주란 경영권을 가진 지배주주를 제외한 주주를 말한다.

KCGI는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와 엔케이앤코홀딩스를 통해 한진칼과 한진의 지분을 각각 10.71%, 8.03% 보유하고 있다.

KCGI가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처음 매입한 것은 지난해 11월 15일이며 KCGI가 한진 지분을 매입한 것은 이보다 뒤인 올해 1월 3일이다.

한진그룹의 주장대로라면 KCGI는 주주권 행사에 필요한 기한을 채우지 못한 것이다.

한진그룹은 “상법 542조2항에는 ‘이 (542조6항이 포함된 제13절 상장회사에 대한 특례) 절은 다른 절에 우선해 적용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이 규정이 상법 제363조의2항(발행주식 총수의 3%를 보유한 주주는 주주제안권을 청구할 권한이 있다) 보다 우선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한진그룹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앞서 발표한 중장기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해 KCGI가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한지 이틀만에 나온 것이다.

KCGI는 지난 18일 낸 입장자료에서 “한진그룹이 발표한 방안은 KCGI가 제시한 계획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라며 “대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위기를 모면하고자 급조된 임기응변이며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없는 미봉책”이라고 지적했다.

한진그룹은 이보다 앞선 이번달 13일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포함한 ‘그룹 중장기 비전 및 한진칼 경영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7성급 호텔 건립이 무산된 서울 송현동 부동산을 매각하고 한진칼의 배당성향을 50%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또 한진칼과 한진에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각 회사 사외이사 수를 기존 3명에서 4명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들어있다.

하지만 KCGI는 “현 위기 상황을 촉발한 갑질 행동에 대한 반성과 개선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며 “감사위원회가 비지배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들로 구성되지 않는 한 한진그룹 경영투명성이 실질적으로 증대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하루 뒤인 19일에는 법원이 KCGI의 한진칼·한진의 주주명부 열람·등사를 허용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1부는 그레이스홀딩스와 엔케이앤코홀딩스가 한진칼과 한진을 상대로 각각 제기한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을 이날 인용했다.

한진칼은 “재판부는 ‘채권자(KCGI)가 채무자(한진칼)의 주주로서 이 사건 주주명부에 대한 열람 및 등사를 구할 피보전 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된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한진그룹은 다만 이 가처분 결과에 불복해 고등법원에 항고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사건의 항고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이사회에서 (KCGI) 주주제안의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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