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 금융팀장.
김영 금융팀장.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민주노총 산하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에서는 최근 우리 노동계 역사에 있어 상당히 의미 있는 제안을 내놨다.

지난달 말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사무금융노조는 ‘사측이 직간접 고용을 포함, 사내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나선다면 올해 임금은 동결해도 좋다’고 밝혔다. 제2금융권 노조가 중심돼 조직된 사무금융노조의 이번 선언은 각 사업체별 임금협상 시 가이드라인이 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노동자의 노조 가입 비율이 10%대 언저리에 불과, 전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한다. 노조 중 상당수는 기업노조로 어용화(化)된 경우 또한 적지 않다. 노동환경 자체가 열악한데 노조끼리 갈등으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던 상황이었다.

특히 2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비정규직 처우 문제는 2000년대 한국사회 주요 사회 문제 중 하나로 손꼽혀 왔다. 이는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갈등 요인이 돼 왔으며, 올해 들어서도 현대차 광주공장 및 인천공항공사에서 노-노 갈등이 재현된 바 있다.

그렇기에 우리사회 대표적 고임금 직군으로 분류되는 금융노조가 본인들의 특권을 내려놓고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해 직접 나섰다는 것은 상당히 가치 있는 일이라 여겨진다.

우리나라 노조에 대해 일각에선 귀족노조·강성노조라 부르며 비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노조의 모습 중 일부가 중세 유럽의 길드를 닮았기 때문 아닐까 생각한다.

현대적 개념의 노조가 수립되기 전 유럽에서는 장인들의 조직인 길드가 그들의 이권을 대변했다. 폐쇄적 구조의 길드는 조직원 보호 및 자신들의 사익 추구에는 제 역할을 다했으나 외부에는 지극히 배타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우리 노조 역시 장인 길드와 일부 비슷한 모습을 보였고 이에 이들의 행동에 공감이나 격려가 아닌 비난이 쏟아졌던 것은 아니냐는 말이다.

노조란 노동의 가치를 바로 세우고 이를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조직이다. 금융노조의 이번 결단은 노조가 좀 더 노조다워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같은 선택이 우리 사회를 조금 더 진일보 시키는 밑바탕이 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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