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지분 거래…현금 확보·정유사업 확대 ‘윈윈’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왼쪽에서 세번째)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 관계자들이 2015년 11월 전략적 협력 MOU를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왼쪽에서 세번째)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 관계자들이 2015년 11월 전략적 협력 MOU를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그룹>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인 아람코에 현대오일뱅크 지분 20% 가량을 매각한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조선사업에 이어 정유사업에서도 협력관계를 확대하게 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사우디 아람코와 최대 1조8천억원 규모의 투자계약서를 체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아람코는 이번 계약을 통해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최대 19.9%까지 인수할 수 있게 된다.

아람코는 세계 원유생산량의 15%를 공급하는 세계 최대 석유회사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의 업계 최고의 고도화율(40.6%)과 업계 1위의 수익성 등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이번 투자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에쓰오일 지분 63.5%를 보유, 최대주주로 있는 아람코는 이번 투자로 국내 정유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게 됐다.

아람코는 국내 정유사업 확대를 노리는 곳이다. 지난 2015년에는 한진에너지가 보유하고 있던 에쓰오일 지분 28%를 인수했으며 같은해에는 GS칼텍스 지분 매입을 추진한 바 있다.

아람코는 현재도 에쓰오일은 해외에서 사오는 원유의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이번 지분 매각으로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게 됐다. 조선사업 불황으로 그룹의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소중한 자금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3분기 영업손실 1천478억원을 기록했으며 해양사업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까지 실시했다.

이로 인해 올 6월까지는 한 해양플랜트 부문 인력 600명에 대해 정부로부터 고용유지지원금도 받는다.

또 지난해 4분기 실적도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현대오일뱅크를 상장해 현금을 확보하려 했으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태의 영향으로 해를 넘겼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이번 계약을 통해 조달한 금액은 신사업투자 및 재무구조 개선 등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아람코는 최근 들어 사업 협력을 늘려가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 2015년 11월 전략적 협력 MOU 체결했으며 지난 2017년 6월에는 아람코가 사우디에 추진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소 건설사업에 현대중공업이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이 투자는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직접 관여했다.

정기선 부사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으로 향후 현대중공업그룹을 이끌 후계자로 꼽힌다.

두 회사는 또 올해 안으로 엔진합작법인도 설립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아람코와의 사업 협력은 향후 중동에서 발주되는 선박이나 해양플랜트 수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더욱 긴밀한 관계를 유지, 중동시장 개척을 통한 사업 확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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