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회장 겸직 결정, 권력집중 우려 제기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사진)이 대구은행장을 겸직키로 했다. 8개월 간 이어져 온 행장 공석 상태는 일단락됐으나, 김 회장이 강조해 온 DGB금융 인적쇄신은 당분간 힘들 전망이다.

23일 업계 따르면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의 대구은행장 겸직이 사실상 확정됐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오는 29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김 회장의 겸직 승인이 나올 예정이다.

김태오 회장의 대구은행장 겸직 결정에 따라 대구은행 경영공백도 종결될 것으로 보이나, 김 회장이 주도해 온 DGB금융 혁신 작업은 당분간 중단될 전망이다.

지난해 5월 제3대 DGB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김태오 회장은 전임 경영진 시절 발생한 채용비리 및 정치권과 유착의혹·지역 학맥 논란 등에서 탈피코자 전 그룹사를 대상으로 한 혁신 작업에 돌입했다.

인적쇄신 및 지배구조 개선 등 구체적 실행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특히 그는 그룹의 모태이자 핵심인 대구은행 관련 지주 회장직과 행장직을 분리, 지역 대표 은행으로서 위상을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태오 회장이 본인 공약을 스스로 어기고 은행장 겸직 카드를 꺼내든 배경은 차기 행장직을 둘러싼 지주와 은행 사이 내분이 격화됐기 때문이다.

당초 DGB지주는 차기 은행장 자격조건을 은행은 물론 타 금융업 임원 경력자로 제한했다. 은행업에만 국한됐던 그룹이 보험은 물론 증권까지 아우르는 종합금융사로 발돋움할 기회에 직면, 인사시스템 역시 시중은행 수준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게 지주 측 설명이었다.

이에 대해 은행 측에서는 지주에서 마련한 차기 행장 조건에 부합하는 은행 출신 임원이 없다며 사실상 외부인사 영입을 위한 수순 아니냐고 반발했다. 일각에선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 ‘지주가 점령군처럼 행세한다’는 격한 말까지 쏟아졌다.

양측 갈등은 시간이 흐를수록 격화됐으며 차기 행장 선임 절차는 대행체제가 유지된 채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에 김태오 회장은 한시적 행장 겸직을 결정하며, 은행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차기 행장 후보 육성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주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은행 측은 경영 공백 해소를 반김과 동시에 조직 내 통합이 중요할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또 과거 경영진 시절 논란이 됐던 권력집중에 대한 경제방안을 지주 측에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김태오 회장 겸직이 일시방편일 수 있다며, 시기가 지나면 금융지주 혁신 동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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