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 금융팀장.
김영 금융팀장.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지난 14일 우리금융지주가 공식 출범했다. 2014년 11월 지주사 해체 후 4년여 만이다.

앞서 우리금융은 민영화란 당면 과제를 목표로 비대했던 몸집 줄이기에 열중했고 그 과정에서 증권 및 보험 분야 알짜 계열사를 시장에 매각했다.

경영전략 수립에 있어선 무리한 사업 확장보다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고 그 결과 은행 외 이렇다 할 계열사를 두지 않고 있었음에도 연간 1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 시현에 성공했다.

다만 은행에 전적으로 기댄 사업 구조상 금융그룹으로서 성장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NH농협금융 등 경쟁 금융그룹들이 비은행 계열사 비중을 꾸준히 확대, 그룹 전체 수익성 증대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과 달리 은행체제 아래 우리금융은 이렇다 할 수익성 반등 기회를 찾지 못했다.

이에 우리금융은 과점주주 체제로 전환된 직후부터 외적 성장을 위한 M&A(인수합병)에 큰 관심을 보였고 지주 설립 후 이를 지주 최대 과제로 설정해 둔 상태다. 업계에서도 우리금융이 어떤 분야에 대해 어떤 식으로 M&A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한 가지 우려스런 부분은 M&A 추진에 있어 우리금융이 상당히 신중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2017년 12월 우리은행장에 취임할 당시 M&A 추진 방향에 대해 밝혔다.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등 투자회사 인수를 우선 추진하고 신탁사 및 보험사 등으로 관심을 넓혀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이는 현재까지도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또한 우리금융은 M&A 추진에 있어 무리한 배팅은 하지 않겠다는 원칙도 수차례에 걸쳐 밝혔다. 

우리금융 M&A에 있어 걱정되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금융이 원하는 순서대로 M&A 매물이 시장에 나올 리 만무한데, 이런 상황 속에서 원하는 매물만 기다리는 건 그룹 내부 외연확대 추진 동력만 약화 시킬 수 있다.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M&A 시장에서 가격 적정성을 우선하는 것도 생각해볼 부분이다.

과거 KB금융의 현대증권 및 LIG손보 인수, 신한지주의 오렌지라이프 인수,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모두 오버페이 지적에 휩싸인 바 있으나 현재는 성공적 M&A로 평가 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보길 바란다.

지금 우리금융에게 필요한 건 은행 시절과 같은 조심성 보다 금융지주에 걸 맞는 과감성이라고 본다.

M&A 추진에 있어 재무건전성과 장래성·적정 매각가 등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도 중요하겠으나, 금융지주로서 새 출발하는 시점에 외연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면 조금은 모험적인 선택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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