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 알랭 코르뱅 지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후각은 오랫동안 감각의 위계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놓여 있었다.

시각과 청각, 촉각이 객관적인 감각으로 중시되었던 것에 반해, 후각은 주관적인 감각으로 외부 대상의 인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겨졌다.

후각은 욕망과 욕구, 본능의 감각으로, 그것이 예민한 것은 문명화가 덜 되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여겨졌다.

다시 말해 킁킁거리는 것은 동물과 같은 짓이었다.

후각은 사회적 위계를 세분화하는 데에도 사용됐다.

인간 집단은 냄새가 제거된 부르주아와 악취를 풍기는 민중으로 구분되었으며, 도시의 공간도 그에 따라 새롭게 해석되고 계획했다.

아울러 타인의 체취에 대한 불쾌감이 커지면서 ‘개인’이라는 관념이 고양됐다. 그래서 개인들이 독립된 공간과 침대에서 살아가는 현대의 생활양식이 등장했으며, 은은하고 수줍은 식물성 향기를 선호하는 새로운 성적 전략도 탄생됐다.

이처럼 저자는 배설물ㆍ짐승의 사체ㆍ늪ㆍ무덤ㆍ감옥ㆍ병원ㆍ빈민의 주거 등에서 풍기는 다양한 악취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통해 18~19세기의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독기론과 감염론, 플로지스톤설과 근대 기체화학 등과 같은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감각적 태도들이 근대의 삶의 양식들과 감수성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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