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형 산업부 기자
박준형 산업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박준형 기자] 식품회사 A가 있다. 이 회사는 자회사로 프랜차이즈 카페를 두고 있다. 이 프랜차이즈 카페는 케이크가 유명하다. A식품사는 카페를 통해 사업성을 확인하고 B케이크전문점을 따로 냈다.

여기까지는 무난했는데 사업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프랜차이즈 카페와 근접한 곳에 B케이크전문점을 내면서다.

A사가 차린 B케이크전문점은 기존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케이크의 종류도 많고 가격도 저렴했다. 결국 케이크 덕에 호실적을 내던 기존의 프랜차이즈 카페의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프랜차이즈 카페 점주는 매출이 반토막 났지만 하소연할 방법이 없어 난처했다. 케이크전문점의 근접 출점으로 인한 피해 문제를 해결하려면 A사와 얘기해야 한다. 하지만 계약은 A사가 아닌 그 자회사 프랜차이즈 카페와 했기 때문이다.

이마트 계열사인 편의점 ‘이마트24’와 SSM(기업형수퍼마켓) ‘노브랜드’ 간에 비슷한 일이 벌어져 잡음이 일고 있다.

이마트24 가맹점주들은 이마트가 자사의 PB제품인 ‘노브랜드’를 전문점으로 확대하면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 17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정보공개서를 등록하며 노브랜드 가맹점주 모집을 시작했다. 기존 직영점만으로도 이마트24 점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반발했는데 가맹사업 전환으로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브랜드전문점의 근접 출점을 규탄했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제12조의4 3항에 따르면 가맹본부는 가맹점주의 영업지역 안에서 동일한 업종의 자기 또는 계열회사의 직영점이나 가맹점을 설치할 수 없다.

하지만 이마트는 ‘이마트24’ 편의점 매장 인근에 ‘노브랜드’ 매장을 설치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마트24 점주들은 노브랜드 전문점이 변종 편의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마트24 점주는 “신세계가 유사편의점인 노브랜드로 편의점 자율규약과 가맹사업법을 피해가고 있다”며 “신세계가 법적 공백을 노려 법망을 교묘히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한 이마트24 점주는 “노브랜드 매장이 가맹형태인데다 (근접출점 제한 기준인) 담배판매권 없이 운영이 가능해 이마트24 옆에 들어와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가맹사업을 염두에 두고 (이마트가)노브랜드 소송전에 공을 들였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울산에서 이마트24를 운영하는 가맹점주 K씨는 이마트가 가맹사업법을 위반하고 영업지역을 침해하고 있다며 노브랜드 울산 뉴코아점과 성남점에 대해 영업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노브랜드 입점이후 K씨의 점포는 매출이 30%가량 감소했지만 서울동부지방법원은 K씨의 소송을 기각했다.

법원은 이마트24와 이마트의 법인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가맹사업법상 영업지역 침해금지 의무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이마트는 이마트24의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이고 노브랜드 역시 이마트가 운영하지만 이마트와 이마트24가 독립된 법인이라 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동종업종이냐 아니냐를 놓고 1년 가까이 이어진 법정 공방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의 싸움이 돼버렸다.

논란 속에서도 신세계는 이렇다 할 입장 표명 없이 법원 판단만 기다리고 있다. 유통 대기업 신세계가 본인들을 믿고 이마트24를 오픈한 가맹점주들과 상생을 조금이라고 생각한다면, 계열사 확장에 따른 가맹점주 피해를 법망 뒤에서 관망해서만은 안될 것이다. 

2019년에는 신세계가 조금 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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