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서 조정불성립...곧 판결 나올 듯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사진)과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주주인 쉰들러가 벌이는 7천억원 규모의 민사소송이 조정이 아닌 판결로 결판날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0부는 쉰들러가 현정은 회장과 이영하 현대아산 대표, 한상호 전 현대엘리베이터 대표, 김현겸 전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장을 상대로 낸 7천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을 합의로 종결짓기 위해 지난 17일 3차 조정기일을 잡았지만 양측이 합의하지 못해 조성불성립 결정을 내렸다.

이 소송은 현대상선 경영권을 두고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이 분쟁을 치르면서 촉발됐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6년 4월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함께 현대상선 지분 26.68%를 취득했다. 현정은 회장과 현대엘리베이터 등이 갖고 있던 지분(20.53%)을 뛰어넘는 규모였다.

이 덕분에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상선의 최대주주 지위를 획득했고 현대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시작했다.

당시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지분 13%와 현대택배 지분 30%, 현대아산 지분 37% 등을 보유한 현대그룹 핵심 계열사였다.

이 분쟁은 현정은 회장과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관계에 빗대 ‘시동생의 난’으로 불렸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후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를 위해 5개 금융사를 우군으로 확보, 우호지분 매입 대가로 연 5.4~7.5%의 수익을 보장해 주는 파생상품 계약을 맺었다.

현대상선 주가가 오를 경우 수익을 배분하지만 주가가 떨어지면 현대엘리베이터가 금융사에 손실을 보전해주는 내용이었다.

이로 인해 현대엘리베이터는 2009년 이후부터 2013년까지 총 710억원의 거래손실과 4천291억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주주인 쉰들러는 이 계약을 문제 삼고 소송을 냈다. 주주대표소송이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의 이사가 정관이나 임무를 위반해 손실을 초래한 경우 주주가 이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이다.

쉰들러는 소송에서 “대주주 일가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파생금융상품 계약을 맺어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반면 법원은 현정은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수원지법 여주지원 민사1부는 지난 2016년 8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파생상품계약이 없을 경우 현대상선의 경영권이 현대중공업그룹에 넘어가게 되고 그로 인해 현대엘리베이터가 속한 현대그룹이 분할될 위험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현대엘리베이터는 파생상품계약으로 우호주식을 보유,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며 “주식매수 부담 등 경제적·법적 여건 등을 고려할 때 파생상품계약은 효과적으로 목적(경영권 방어)을 달성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었다”고 밝혔다.

또 “해운경기 침체로 현대상선이 영업손실을 입었고 파생상품계약 체결 당시 해운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있었다하더라도 의사결정 과정과 파생상품계약으로 현대엘리베이터가 얻는 이익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들은 신의성실에 따라 경영상의 판단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쉰들러는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고 재판부는 네차례나 판결선고기일을 잡으며 사건을 종결지으려고 했지만 지난 10월 23일부터 조정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조정이 성공하지 못하면서 이 사건은 법원 판결로 결판나게 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앞선 네차례나 판결기일을 잡았던 만큼 조만간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쉰들러는 지난 10월 우리 정부를 상대로 3천400억원 규모의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제기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 경영분 분쟁이 한창이던 시기 우호지분 확보 등을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신들의 지분이 35%에서 약 15%로 희석되거나 주가가 하락하는 등 가치가 훼손됐다는 취지이다.

이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를 허가했으니 이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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