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명갑 산업부 기자
진명갑 산업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진명갑 기자]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에서 맥베스 부인이 맥베스에게 던컨 왕을 죽이고 왕위에 오를 것을 부추기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 그는 자신의 왕위에 대한 욕망과 훗날 자신의 불행한 결말을 닥칠 것을 예감해 왕위를 ‘독이 든 성배(Poisoned Chalice)’라고 표현했다.

LG전자에도 독이 든 성배가 하나있다. 스마트폰 사업을 이끄는 MC사업부본부장이다.

LG전자의 MC사업부는 올 3분기까지 14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올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4천678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5천204억원으로 적자폭이 감소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1~3분 누적 매출액은 작년대비 1조9천억원 감소했고, MC사업부의 직원수는 1년 사이 2천284명이 줄어 사업 진전으로 적자폭이 감소된 것은 아니다.

이 독이 든 성배를 내년 1월 1일부터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받게 됐다. 또 권봉석 사장이 2014년부터 이끌어온 HE사업부본부장도 겸직한다.

LG전자이사회는 지난 4년 동안 HE사업을 이끈 권봉석 사장의 능력을 인정해 MC사업본부장을 맡겼지만 내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5G 스마트폰 시장 선점’이라는 중요한 변곡점이 기다리는 만큼 겸직은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다.

더욱이 올해 TV시장에서는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의 특수가 실적에 반영됐지만 2019년에는 TV시장의 영향을 미칠 만큼의 대형 이벤트는 없다. 또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내년 ‘QLED 8K’와 ‘마이크로 LED’로 차세대 TV의 비전을 제시하고 ‘투 트랙’ 전략을 공언해 LG전자 HE사업부에 큰 위험으로 다가왔다.

반면, 삼성전자는 노태문 삼성전자 IM부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노태문 사장은 1997년부터 무선 사업부에서만 21년 동안 재직했다. 또 노태문 사장은 지난 2012년 출시한 ‘갤럭시 S3’와 ‘갤럭시 노트2’ 개발의 주역으로 이미 통신망 교체를 경험한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노태문 사장은 내년 단말기 개발과 기술부분에 집중하고 사업적인 부분은 고동진 사장이 진두지휘한다.

여기에 5G 네트워크 사업은 전경훈 부사장이 뒤를 받친다. 사실상 삼성전자는 고동진 사장, 노태문 사장, 전경훈 부사장을 필두로 5G 스마트폰 사업 업무를 분담하고 5G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권봉석 사장이 내년 MC사업부의 실적을 개선한다면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영웅’으로 등극하겠지만 혼자서 5G 스마트폰과 TV사업을 모두 신경써야하는 것이 큰 우려다.

앞서 언급한 맥베스는 결국 죽음으로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LG전자는 권봉석 사장이 내년 혁신적인 스마트폰으로 MC사업을 구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업무 분담으로 비극적인 결말이 아닌 해피엔딩을 맞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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