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출판/ 이정록 지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어떤 글을 읽다 보면 그 글이 지닌 깊은 마음과 오롯이 마주할 때가 있다.

어떤 글 속의 풍경은 다정한 거울처럼 우리의 마음을 비추고 출렁이게 하며, 어떤 글 속의 온화함은 날카로운 분노마저도 슬금히 문질러 없애준다.

시가 안 써지는 마음이란 무엇일까? 이 책에는 시가 안 써지는 마음을 물어물어 가는 한 시인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종점을 향해 구불구불 길을 달려가는 시내버스의 마음과 닮았다. 서고, 가고, 서고, 가는 마음이다.

시가 안 써지는 마음이란 흔들림과 설렘과 아픔과 울렁임을 모르는 마음, 우리가 순정한 아픔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체하는 마음일 것이다. 시가 다시 써지는 순간은, 누군가의 아픔이 나의 목덜미까지 전해져오는 순간이 아닐까.

이 책에서 저자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존 키팅 선생님처럼 다른 이에게 영감을 주는 스승이자 친구가 되고자 한다.

우리는 시인의 눈으로 그 그림들을 마주한다. 어머니의 곱고 순순한 그림은 세상 모든 시의 뿌리처럼 글의 모든 부분을 더욱 빛나게 한다.

우리는 비로소 시의 종점에 서게 된다. 끝이자 시작이다. 슬럼프이자 화분이다. 절망이자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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