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하청기업 부도 리스크 나 몰라라...압박 지속

최종구 금융위원장(앞줄 가운데)이 11월 13일 자동차 부품업체 현장 방문과 간담회를 위해 경기 화성시 서진산업 화성공장을 찾아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연합>
최종구 금융위원장(앞줄 가운데)이 11월 13일 자동차 부품업체 현장 방문과 간담회를 위해 경기 화성시 서진산업 화성공장을 찾아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안소윤 기자] 은행들이 국내 자동차 산업 둔화에 따른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 확대에도 금융당국의 지원 압박에 울며 겨자 먹기로 자금을 주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산업은 GM 군산공장 폐쇄, 수입 자동차의 국내 시장점유율 확대 등으로 침체를 겪고 있다.

주요 자동차 생산 기업들이 수익성 향상에 초점을 맞추며 재고를 줄이자 자동차 부품 제조사에 큰 타격이 전가됐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의 수익성(자기자본이익률 기준)은 지난 5년간 꾸준히 하락했으며 부품 제조사 중 40%가 올해 3분기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구조조정 대상 부품 제조사는 지난 2013년 1개 기업에서 지난해 16개 기업으로 증가했으며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 기업도 지난 2016년 24개에서 2017년 48개, 올해 82개로 대폭 늘었다.

이자보상배율이란 한 해 동안의 기업 영업이익이 그 해에 갚아야 할 이자비용과 비교해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나는 지표로, 배율이 1보다 작다는 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 산업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이 잇따르면서 은행들은 관련 업종의 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는 등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진행했다.

은행권은 지난해 말부터 자동차 산업 부진을 파악해 여신을 조금씩 줄여나갔으며 일부 은행은 올해 초 자동차 산업을 엄격한 여신 심사가 필요한 ‘위험관리업종’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산업별 대출 통계를 보면 ‘자동차 및 트레일러’ 산업의 은행 대출금은 올해 3분기 32조원8천77억원을 기록, 지난해 4분기(33조2천281억원)과 올해 2분기(32조9천289억원)에 비해 줄어들었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이 자동차 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압박하기 시작하면서 은행들은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월 13일 현대기아차 1차협력업체 서진사업 화성공장을 방문해 “자동차 산업 위기 극복을 위해 시중은행은 여신을 일괄 회수하기 보다 경쟁력은 있지만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을 선별해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지난 10일 중소조선사 이케이중공업 현장방문에서도 “조선, 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업황 둔화 시기에는 정책금융기관 뿐만 아니라 시중은행 및 자본시장 등 민간금융권이 동참해야 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울러 금융위는 중소 자동차 부품 제조사에 대한 신속한 유동성 지원을 위해 지난 11월 1일부터 1조원 규모의 정책 보증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은 자동차 부품 제조사를 대상으로 각각 7천억원, 3천억원 규모의 보증을 제공한다. 보증비율을 기존 85%에서 90%로 높이고 보증료율은 최대 0.3%포인트 내리는 등의 우대조치도 적용한다.

금융당국 주문에 맞춰 가장 먼저 나선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14일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과 ‘자동차 및 조선 부품업체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신한 두드림(Do Dream) 자동차·조선 상생 대출’을 내놓았다.

신한은행은 이 상품을 통해 신용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우대 보증서 발급으로 대출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자동차·조선 부품 제조사에 총 2천2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시행할 계획이다.

다른 은행들도 나머지 8천억원 보증한도를 기반으로 한 금융 지원책을 곧이어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정부의 자동차 산업 경쟁력 활성화 방안에 연동해 금융위가 금융 지원책을 내놓고 은행들이 자동차 산업 업황 악화를 이유로 여신을 일괄 회수 하지 못하도록 점검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들어 은행권 전반에서 자동차 산업 관련 익스포저를 우려하며 위험관리업종으로 지정, 대출 한도를 줄여왔는데 정부 압박에 대출을 다시 늘려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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