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들 ‘상권 침해’ 반발 고조

명의는 개인이 가지고 있지만 운영은 대형유통업체가 참여하고 있는 유통도매업이 골목상권 우회 진출에 속도를 내면서 소상공인들의 강한 반발이 예고되고 있다.

유통도매업은 대형유통기업의 직접적인 체인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법률에 규정된 준대규모점포나 사업조정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같은 변종 기업형슈퍼(SSM)가 골목상권을 크게 위협하면서 강한 반발과 함께 이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월 처음으로 음식업, 빵집 등 15개 업종으로 지정된 ‘서비스업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자영업자 피해가 큰 서비스 업종에 대해 대기업이 한시적으로 진출 자제를 권고하는 제도다. 지난해 소상인 사정이 특히 안 좋은 업종을 우선 지정한 데 이어, 올해는 창업이 많고 영세한 운수, 숙박, 부동산 등 158개 업종을 ‘생활밀착형 서비스업’으로 분류해 동반성장위원회가 27일 운영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그러나 유통도매업이 빠지면서 소상공인들이 일제히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골목슈퍼 등 소매점에 대기업이 식자재와 공산품 등을 공급하는 유통도매업은 상품공급 계약과 함께 대기업이 운영에도 간여하지만 의무휴업 대상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대형마트의 슈퍼마켓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SSM은 2009년 급속도로 퍼지면서 골목상권 파괴에 크게 영향을 미치자 중소기업청이 의무휴업제, 사전입점예고제 등의 규제안을 내놓으며 그 열기가 조금 사그라드는 듯 했다. 그러나 대형마트는 ‘상품공급점’이라는 꼼수로 SSM의 굴레를 교묘히 빠져나가고 있다. 벌써 전국에 610여개가 성업 중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상품공급점은 개인 점주가 도매상 대신 유통업체와 계약해 필요한 물품을 조달받아 운영한다. 상품의 독점공급 뿐만 아니라 판매 및 매장운영에 대한 실질적인 경영지도권리를 넘겨줄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동반위가 열린 이날 전국유통상인연합회와 진보정의당 김제남 의원실은 국회 정론관에서 대기업의 도매업을 통한 골목상권 우회 진출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회 이동주 기획실장은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 논란으로 확장이 어려워진 대기업들이 도매업으로 방향을 돌려 골목상권에 우회 침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 처음 선보인 이런 점포는 이마트 계열 에브리데이리테일이 상품을 공급하는 ‘이마트 에브리데이’ 353개, 롯데쇼핑의 상품공급점인 ‘롯데슈퍼’와 ‘하모니마트’ 등이 256개, 홈플러스 1개가 운영 중이라고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추정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창립준비위원회는 성명에서 “동반위의 도매업종 제외 결정은 소상공인의 입장을 철저히 무시한 것으로, 강력 반대한다”고 밝히고 “소매상권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대기업은 식자재, 문구 등 도매업종에 대한 시장진입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동반위는 도매업 소상공인이 다 죽은 뒤에 보호하겠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동반위는 이같은 논란을 의식해 ‘도매업 적합업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올 연말까지 심층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신청 대상에서 빼고 논의만 몇달간 하겠다는 것은 대기업에 대한 ‘시간 벌어주기’에 불과하다는 소상공인 쪽의 비판이 거세 논란은 확대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진보정의당 김제남의원은 상품공급점을 '준대규모점포'에 포함시켜 SSM과 같은 규제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과 상생법 개정안 2건을 현재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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