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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용 칼럼] 순댓국집 여사장의 폐업
권희용  |  nw20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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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05  09:3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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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순대국밥으로 사대문 밖에서는 맛좋기로 소문이 자자하던 K여사네 가게가 결국 지난 시월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문을 연지 40여년 된 전통(?)있는 맛집으로 꼽히던 곳이다.

그런데 폐업까지 가게 된 연유가 또 하나의 소문이 되고 있다. 주인 K여사의 나이 올해 60대 초반, 아직 일선에서 손을 놓을 나이가 아니다. 게다가 이 점포는 그녀가 문을 연 것도 아니다. 그녀의 어머니가 동네시장 뒷골목에 있던 초가집사랑채를 순댓국집으로 개조한 것이 시초였다.

노파가 죽자 딸인 K여사가 이어받았다. 그녀는 일찍이 과수댁이 되었다. 생계를 위해 그녀는 20대 후반부터 국밥을 말아왔다. 슬하에 있는 남매도 방과후에는 엄마를 도와 식당일을 하면서 성장했다.

순댓국은 맛있기로 소문이 났다. 이런 까닭은 순전히 K여사 덕분이라는 정평이 났을 정도로 유명인사가 된지 오래다. 자연히 골목은 순대골목이 되었고 점포도 십여곳에 이를 정도가 되었다. 그 중 K여사네 집은 단연 고객내왕이 늘 수위를 차지한 정도로 유명하다.

그러던 집이 차츰 빛을 잃어간 것은 십여년 전부터였다. 골목가게주인들끼리 소위친목계가 생기면서 부터란다. 모임이 성행하면서 단순히 친목도모를 위한 모임에서 차츰 전문화로 치닫기 비롯하면서 K여사의 취향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40여년 동안 생각도 못해본 해외여행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 한두번은 난생처음 비행기 타고 이웃나라로 관광여행을 다녔다. 차츰 싸구려에서 발전, 고급해외여행도 자주했다. 동행하는 일행들도 여러 파트가 되면서 호화여객선을 타고 긴 시간이 소요되는 크루즈여행도 자주했단다.

해외여행은 그녀가 뒤늦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선택한 취미가 되었다. 아무리 ‘순댓국집 사장’이라는 유명인사로 소문은 나있지만 늘 마음은 허전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 허전함을 채워준 것이 해외여행이라는 취미생활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무섭게 빠져들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해마다 거의 일곱 여덟 번은 거르지 않고 해외나들이를 했다. 그러다가 거의 해외여행 마니아급이 되면서 사단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소문은 그녀의 국밥에서 피어올랐다. K여사네 순댓국 맛이 예전만 못하다는 소리 소문이었다. 주인이 하고한날 주방을 비운 게 단골의 입맛에 집히고 만 것이다. 주방을 비운 K여사야 골치 아픈 일상에서 벗어나 좋다지만 현실은 그게 아닌 것이다. 또 다른 현실이 켜켜이 쌓이고 있었다.

해를 거듭하자 장성한 자녀들이 들고 일어났다. 과정에서 단골들이 하나 둘씩 떨어져 나갔다. 해가 바뀌면서는 매상이 뚝 떨어졌다. 거듭되면서부터는 골목에서 가장 한산한 집으로 손꼽히기 시작했다.

내전은 지속되었다. 자녀들과는 물론이고 집안사람들과의 불화도 잦아들지 않았다. 그녀의 해외방랑벽은 여전했다. 불화가 번지기 무섭게 그녀는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 며칠씩 가게는 썰렁했다.

‘순댓국집 여사장과 해외방랑벽’은 어쩌면 조합이 어려운 그림이다. 그것도 거의 자수성가로 잘나가던 점포를 작파하기까지 했다는 이야기는 너무 작위적이다. 그러나 순댓국 맛이 변해간다는 것은 40년간 유지해온 고객의 입맛을 배반했다는 논리와 다르지 않다.

음식점의 생명은 어떤 맛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느냐에 달려 있어서다. 그녀는 아예 포기하고 문을 닫았다. 게다가 그녀는 고리타분한 식당의 온갖 골치 아픈 현실이 이미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문득 나랏일도 그녀의 폐업과 그게 다르지 않은 이유가 있어 보인다. 궁색한 눈에 비치는 세상이 그렇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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