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대여계좌 식별 어려워"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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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신문 김경렬 기자] 선물옵션 사설업체를 차려 투자자 1천여명을 상대로 200억대 부당이득을 챙긴 일당이 지난 13일 검찰에 송치됐다. 업계에서는 사설업체의 범죄행위를 사실상 막을 길이 없다며 당국 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선물옵션 투자를 대행해 주는 사설업체의 불법영업이 성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로그나 SNS를 통해 '옵션 증거금 1만5천원, 선물 증거금 5만원에 옵션 및 선물거래를 할 수 있다’는 광고를 게재해 투자자를 모집한 뒤, 한 명의 대여자 명의로 여러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선물옵션 상품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투자자들은 사설업체가 자체 개발한 HTS(홈트레이딩시스템) 방식의 가상 모의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수익 발생 사실을 확인 가능하며 실제 수익은 현금으로 지급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업계에선 선물옵션 거래 규정 강화가 사설업체 급증 원인으로 보고 있다.

선물옵션 매수를 위해 계좌당 3천만원의 기본예탁금을 보유해야하고 일정시간 투자교육까지 받아야 해, 몇 만 원으로 선물옵션 거래를 시작할 수 있고 소액투자도 가능한 사설업체로 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사설업체 이용은 엄연한 불법인 것은 물론 수익 발생 시에도 피해를 입을 수 있어 되도록 피해야 한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투자자 본인이 계좌 주인이 아니다 보니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해당하고, 큰 수익 발생 시 사설업체 운영자가 잠적하거나 수익 규모를 투자자에게 축소 보고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사설대여계좌 피해 사건에서도 운영진들이 실제 수익을 투자자에게 거짓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옵션거래의 경우 만기일에 가까워질 때까지 변동 투자하지 않으면 실질적 가치가 떨어져 쉽게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데, 사설대여계좌 이용시 투자자들은 모의 투자 결과만 확인할 수 있어 투자 피해에 무방비 노출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 차원에서 피해예방이 어렵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증권사들은 경우 현 거래시스템 상 사설대여계좌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설업체가 계좌를 만들지도 않고 고객을 속이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불법 업체임을 일일이 확인해 줄 수 없다 보니 고객들에게 조심하라고 경고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선물옵션 사설대여계좌는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안고도 차익을 크게 남기고 싶어 하는 심리를 이용한 범죄”라며 “고객들의 투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당국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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