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경쟁 심화 등으로 실적 악화 지속
해외 신시장 개척·유통 재정비 등 변화 가속

스킨푸드 매장. <사진=박수민 기자>
스킨푸드 매장. <사진=박수민 기자>

[현대경제신문 박수민 기자] 2000년대 초부터 국내 화장품 시장을 주름잡던 로드숍들이 장기 내수 침체, 경쟁 심화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양질의 화장품을 공급하는 ODM(제조사개발생산)업체를 통해 신생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이종업체들도 속속 뛰어들면서 국내 화장품 시장은 포화상태가 됐다. 더불어 H&B(헬스앤뷰티)스토어, 온라인몰이 크게 성장한 것도 경쟁 심화에 한 몫 했다.

대형 화장품 기업이 운영하는 로드숍 브랜드마저 줄줄이 적자로 돌아서고 있는 가운데 최근 스킨푸드의 법정관리는 로드숍 몰락의 신호탄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에이블씨엔씨, 네이처리퍼블릭, 토니모리 등은 해외 신시장 개척, 유통채널 개편, M&A(인수·합병)을 통한 미래성장동력 확보 등 타개책 마련에 나섰다.

적자 늪 빠진 로드숍…스킨푸드, 법정관리로

올해 3분기 국내 로드숍 브랜드의 성적표는 암울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토니모리는 이번 3분기에도 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미샤’, ‘어퓨’ 등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에이블씨엔씨도 영업손실 132억원을 내며 전년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아모레퍼시픽 주요 뷰티 계열사인 이니스프리는 영업이익이 전년비 29% 감소한 146억원을 기록했으며 에뛰드는 92억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가 지속됐다. ‘잇츠스킨’, ‘이네이처’ 등 브랜드를 운영 중인 잇츠한불도 2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전년 대비 74% 감소한 수치다.

지난달에는 스킨푸드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해 업계를 충격에 빠트리기도 했다.

스킨푸드는 2004년 설립된 회사로 국내 대표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 중 하나다.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매출 2천억원 규모의 회사로까지 성장했으나 2014년부터 적자를 이어갔다.

실적 악화가 이어지면서 작년 말 기준으로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유동부채(337억원)가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290억원)보다 47억원가량을 초과했다. 제품 공급 및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서 회사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스킨푸드는 법정관리를 신청, 개시를 결정 받았다. 스킨푸드는 법원이 회생절차 내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사업계속을 위한 포괄허가’ 제도를 통해 영업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리따움 라이브 강남점에서 진행된 뷰티 트렌드 라이브. <사진=아모레퍼시픽>
아리따움 라이브 강남점에서 진행된 뷰티 트렌드 라이브. <사진=아모레퍼시픽>

쑥쑥 크는 H&B…편집숍·온라인 강화로 대응

로드숍의 부진에는 H&B스토어의 성장도 한 몫 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올리브영을 시작으로 GS리테일 랄라블라(구 왓슨스), 롯데쇼핑 롭스, 신세계 시코르, 이마트 부츠 등이 출현하며 화장품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다.

H&B스토어는 하나의 브랜드 제품만 취급하는 로드숍과는 달리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만나볼 수 있는 매장이다. 온라인·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입소문 탄 중소 브랜드 제품이나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거나 테스트 할 수 있다.

한 공간에서 다양한 브랜드를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 발걸음도 점점 H&B스토어로 향하고 있다. H&B업계간 출점 경쟁이 심화되면서 매장 수도 크게 늘어나고 브랜드별 상시 할인이 진행되면서 H&B스토어의 경쟁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대응하고자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자사 브랜드를 모아놓은 편집숍인 ‘아리따움’과 ‘네이처컬렉션’ 강화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9월 아리따움 강남점을 ‘아리따움 라이브 강남점’으로 리뉴얼 오픈했다. 강남점을 시작으로 대대적인 리뉴얼을 진행할 계획이다.

아리따움 라이브 강남점은 ‘깊이 있는 고객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두고 수준 높은 뷰티 솔루션,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방해받지 않는 쇼핑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새로운 구매 방식을 도입했다. 매장 콘셉트에 맞게 59개의 타사 브랜드를 입점 시키며 제품 라인업도 보강했다.

LG생활건강은 비욘드와 더페이스샵 매장을 네이처컬렉션으로 전환하며 네이처컬렉션의 매장수를 늘려가고 있다. 또 VT코스메틱과 방탄소년단이 협업해 만든 ‘VTXBTS 에디션’의 독점 판매를 진행하며 타사 브랜드 제품 판매 가능성도 열었다.

네이처리퍼블릭, 어퓨 등은 H&B와 더불어 주요 판매 채널로 떠오른 온라인몰 강화에 나섰다. 디지털 콘텐츠를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 Z세대를 공략하고자 온라인 전용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바이플라워 벨벳 듀이 틴트’, ‘키스 마이 미니 립스틱 키트 매트 에디션’ 등 온라인 전용 상품 라인업을 지속 강화하고 있다. 어퓨도 ‘원더 텐션 팩트’, ‘파스텔 블러셔’ 등 다수의 온라인 전용 상품을 선보였다.

브랜드 아모레퍼시픽이 입점한 호주 멜버른 메카 코스메티카 매장. <사진=아모레퍼시픽>
브랜드 아모레퍼시픽이 입점한 호주 멜버른 메카 코스메티카 매장. <사진=아모레퍼시픽>

해외 시장 개척부터 M&A까지…타개책 마련

아모레퍼시픽과 토니모리 등은 해외 신시장 개척을 실적 부진의 타개책으로 삼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해외 30개국 시장 개척을 목표로 브랜드 별 글로벌화에 나서고 있다. 해외 매출을 다각화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올 상반기 설립한 필리핀 법인을 통해 이달 필리핀에 진출할 예정이다. 올해 내로 ‘라네즈’ 브랜드를 인도에, ‘려’를 홍콩에 선보인다.

최근에는 브랜드 아모레퍼시픽을 호주와 뉴질랜드에 동시 론칭했으며 미쟝센을 중국 시장에 처음 진출시켰다.

지난 3월 아모레퍼시픽은 미국, 중동, 호주에 각각 마몽드, 에뛰드하우스, 라네즈 브랜드를 선보였다. 5월에는 싱가포르 타카시마야 백화점에 헤라 단독 매장을 열었다. 이니스프리는 올해 3~4월 일본에 1호점과 2호점을 연달아 오픈했다.

토니모리도 부진한 국내 실적을 만회하고자 해외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 토니모리는 유럽 지역에서의 성과를 미국 지역으로 확대해 매출 증대를 노리고 남미, 북아프리카 등의 지역에 새로 진출할 계획이다.

그간 토니모리는 유럽 시장 공략에 힘써왔다. 한국 브랜드 최초로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세포라가 운영되고 있는 유럽 14개 국가 모두에 입점했으며 세포라 미 입점국인 영국에는 셀프리지 백화점, 드럭스토어 부츠를 통해 진출했다.

지난해 9월에는 독일 내 최대 화장품 복합매장인 두글라스 450개 매장에 동시 입점했다. 유럽에서의 사업 확장에 힘입어 미국 진출에도 나섰다. 지난해 미국 온라인 시장 공략을 위해 아마존 럭셔리뷰티존에 입점했다.

이외에도 중동, 러시아, 중국 등 전 세계 24개국에 진출해 올해 상반기 기준 약 260여개의 브랜드숍과 1만2천개의 숍인숍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M&A(인수·합병)을 통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섰다. 에이블씨엔씨는 이달 12일 돼지코팩으로 유명한 화장품 업체 ‘미팩토리’를 인수했다.

미팩토리는 2014년 설립된 화장품 회사다. SNS에서 ‘피르가즘’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코팩 브랜드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이후 ‘어니시’, ‘바디홀릭’, ‘머지’ 등 브랜드를 연이어 선보이며 지난해 기준 매출 202억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에이블씨엔씨는 미팩토리 지분 100%를 총액 324억원(현금 228억원, 에이블씨엔씨 주식 98만7천546주)에 매입했다. 이번 인수로 신규 브랜드 론칭 및 새로운 콘셉트의 제품 개발을 통해 추가 고객 확보와 인지도 확산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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